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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왕벚나무의 수난

by 나무에게 2013. 12. 24.

 

 

2008년 들어 시도한 왕벚나무 따위의 꽃이 피는 나무를 교정에 식재하겠다는 계획, 그 일환으로 시작된 왕벚나무 식재는 금년 초기에 나를 힘들게 한 것 중 하나다. 핀오크와 중국단풍나무 등을 판매하는 조건으로 왕벚나무 40주를 받기로 한 것인데, 대금을 치루고는 나무를 계속 가져오지 않는 업자의 무성의한 태도 때문이었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거나, 통화 중인 그런 날들이 10여일 흘러갔다. 혹시 몰라 확인서까지 받아 두었던 일이다.

주변에 업자와 관련된 사람을 추적하여 나갔다. 그 결과는 속은 것이 역력했다. 빚도 많고 평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많은 행위의 결과가 사기성으로 엮어져 기록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실망스러워 포기하기로 하고, 제자에게 연락했다. 사정을 말하고 나무를 좀 보내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제자는 그러세요. 잊어버리세요. 나무를 보내겠습니다. 라고 말한다. 그래서 일단락 짓기로 했다. 그런데 또 한 사람의 견해는 조금 달랐다. 그 업자는 재주가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반드시 제 입으로 한 말은 지킨다는 것이다.

마음 한 켠에서 그 말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그래서 계속 전화를 하고, 문자를 남기기 시작한다. 화가 난 음성도 있었을 것이고, 담담한 음성도 있었을 것이다. 그랬던 어느 날 전화가 왔다. 오늘 아침 나무가 들어갈 것이라고, 나는 오후에나 뵙겠다는 것이다. 그래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그리고 나무가 실려 왔다. 나무를 심을 곳에 내려 두고 생각한다. 그 업자는 절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그는 만날 수 없었다. 아마 내가 그 업자를 대한 태도에 그 업자 역시 마음 속으로 그 약속을 지킬 것이었음이 예정되어 있었나보다. 그 나무들이 운동장 가장자리에서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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