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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잘 익어 낯선

by 나무에게 2013. 12. 23.

잘 익어 낯선

답사도 잘 익어 낯선 답사였으면 싶다.
인스탄트처럼 물만 넣으면 끓여 먹을 수 있는 그런 간편함은
답사가 언제 끝났는지 구분되지 않는다.

예전에 천관산 답사는 그랬다.
무슨 신화처럼 우거진 산이 있었고,
그 산에서 깊은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제사장의 기분이 있었다.

똑같은 만남도 늘 잘 익어 낯선 느낌이었으면 싶다.

정해진 수순으로 가는 것 보다는
예상밖의 신선하면서 잘 익어 구수하고
오래 남는 편안함이 있는 게
오히려 답사에 바람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오래 남을 수 있는 신비스러움이 있으면 싶다.

만나서 출발하고 도착하여 답사한 후
그 자리로 되돌아 와서 헤어지는 답사,

가끔 함께 식사도 하고
남은 여운을 나누는 대화도 사라져 버린 답사,

뭐가 급한지 돌아서기 바쁜 답사,

처음부터 나서지 말아야 할 것을,

왜 갑자기 급한 일들이,
일정들이,
약속이 다시 잡히는 것일까.

볼 일을 보았으니,
또 볼 일을 보러 가는 것일까.

답사는 결국 많은 볼 일 중에 하나일까.

그러니까 인스탄트라는 이야기에서 생각이 떠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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