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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길을 나선다000-出路

by 나무에게 2013. 12. 23.

길을 나선다000-出路 / 온형근


심교수님과 통화한 적이 오래되었다. 좋은 수련을 권고 하였다. 내가 지닌 지병에 대하여 걱정하셨다. 근래에 스트레스는 극에서 오간다. 스트레스였다가 아니다가를 반복한다. 발을 뺀다는 표현, 그것은 어디엔가 발을 담그고 있었다는 사실이 전제된다. 스트레스의 세계에서 발을 뺀다는 말일까. 그러나 사실 불가능한 관념이다. 금선학회 수련을 시작하려고 사전 지식을 얻는다. 읽고 또 읽고 한다. 지인들의 수련기를 읽는다. 그러니 더욱 실감으로 다가온다. 한편 나는 그만한 기를 지녔을까 생각해본다. 어쨌든 신뢰가 앞선다.

길을 나선다는 생각으로 오늘을 개념짓는다. 수련 이전에 3시간여의 노동을 한다. 그리고 저녁 식사를 하고 수련장으로 이동한다. 생소한 자리라고 생각하지만, 지인들이 머물고 수련한 곳이라는 생각에 쑥스러움을 물리친다. 매일같이 길을 나선다는 생각으로 수련에 임할 생각이다. 늘 길에 놓여 있는 자세여야 한다. 머물러야 할 곳은 내 안의 우주다. 우주를 바라볼 수 있다면 주체적 삶이다. 많은 수련 용어들이 머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아직은 그렇다. 하지만 하나씩 그 용어들이 몸에 배면 자연스러울 것이다. 다만 지금은 상기되어 있는 것이다.

홧병이 들고, 자애로운 심성이 줄고, 더 이상 함께 일과 삶을 병립시킬 의미를 잃었다. 어쩌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식이 되었다. 떠나는 중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떠도는 도를 주울 수 있을까. 절이 없어도 중은 중이다. 절이 없는 중에게도 해야 할 수행은 많다. 절이 없어서 절 크기만한 수행의 자리가 생긴다. 경계가 허물어져서 맑은 기운을 지닐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것을 자애롭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한 쪽을 밀치고 한 쪽을 받아들이는 이러한 것이 과연 길을 나서는 본질인가를 의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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