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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탐욕

by 나무에게 2013. 12. 23.

탐욕 /온형근

아프지 않았을 때의 살아가는 방식이 

아플 때는 탐욕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아픈 것에서 돌아서면 다시 탐욕스러운 일상을 돌아가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많이 아파 말할 힘도 없을 때, 파노라마처럼 필름이 곤경한 절벽을 향해 치달리고 있을 때쯤이면 그나마 살고 있는 것이 탐욕이니 무욕이니의 구별에도 미치지 않고 있음을 발견한다. 아프다. 아픈데 다른 무엇이 개입하겠는가. 섭생조차도 진땀을 흘리며 힘들다. 그러니 아프지 않고 웃을 수 있는 삶이 얼마나 건강한 것인지를 떠올린다.


모든 것은 한꺼번에 다가온다. 

슬쩍 건드렸다가 슬쩍 사라지기도 하지만, 제법 오래 머물면서 온몸을 휘돌며 간을 보는 놈도 있다. 놈들마다 이름이 있겠지만 이름을 붙여주며 환영할만큼 기운이 남아 있지 않다. 조금씩 찾아오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날은 견디기 힘들게 다발적으로 손님을 치룬다. 조금의 오차도 없이 힘빠지는 시간에 힘은 나간다. 힘이 없다는 것은 다른 힘이 들어 올 수 있는 여지가 남았다는 것일게다. 그러나 그 힘이 어디에서 근원되는지를 알지 못하니 어서 오라고 챙기지를 못하는 게 안타까움이다.


탐욕이라는 게 멀리 있지 않다. 

아파보면 살아가면서 만들어내는 모든 인연이 탐욕이다. 스스로를 아름답게 하기 위하여는 가능하면 만들고 지어 낸, 지니고 있거나 싶은 것들을 내려 놓아야 한다. 탐욕이 다가와 있으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제 힘과 내 힘이 만나 어우러지지 않는다면 그 또한 나갈 것이다. 욕심이 나와 만나 잘 어울린다면 그건 공존이다. 공존의 요소가 서로를 숙성시킨다. 그래서 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비운다는 것은 함께 어울릴만한 인연의 끈을 더 만들지 않겠다는 선언 아닐까. 하나의 인연은 곧 또 하나의 탐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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