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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도반001-道伴

by 나무에게 2013. 12. 23.

도반001-道伴 / 온형근


함께 도를 배우는 사람들을 도반이라고 한다. 내게 헐렁한 도복이 잘 어울린다. 특별히 개인지도랄 게 없다. 같은 류의 옷이란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따르면 된다. 명상음악이 흐르고 짧은 수련용 요를 깔고 먼저 오신 분들이 좌선을 하고 있다. 요 위에 특별 방석을 받치고 있는데, 이름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개인 소유였다. 나는 그냥 앉는다. 내가 아는 상식에 의해 좌선 흉내를 낸다. 꼭 배워야 하는가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을 벗어난 듯 곧 나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으로 변해간다.

어떻게 하는 방법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도를 구하는 길은 본질적이다. 삶의 본질에 대하여 궁구하는 것이다. 조용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근래 이처럼 자의적으로 호흡을 조심하며 고요함 속에 내 자신의 반추를 이끌어 낸 적이 얼마나 있었는가. 어깨에 힘을 빼야 한다. 호흡에 신경을 쓴다. 허리를 곧추 세워야 한다. 등 별스런 수련 흉내를 자의적으로 관념화 시킨다. 결국 내적 심정의 정리 또는 관념의 흐름에 나를 맡긴다. 수련이란 어쩌면 일상을 끊어 내는 일이다. 시간을 보내는 가치의 무력화다. 숱하게 많은 하고자하는 것들과의 결별이다. 그러면서 뭔가 하고 있는 것이 수련이다.

옷을 갈아 입을 때, 도반이라는 말을 들었다. 도인체조를 하면서 도반들을 보게 된다. 목에서 굴신으로 이어지고, 바닥에 앉고 눕고 뒤집고 하면서 360개의 경락과 혈 등이 움직여진다. 평소에 몇 개만 움직이는 몸의 진정성을 되찾는다. 앞의 도반, 뒤의 도반, 옆의 도반..내 시야에 맺히는 도인체조의 동작들 모두가 스승이다. 그 중에는 축구선수를 하던 초등학교 때 했던 동작도 몇 있다. 아무튼 순서는 까마득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따라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온 몸이 삐그덕댄다. 여기 저기 소리가 난다. 내 목 뒤에서는 기계 돌리는 베어링 소리가 났다.

도인체조는 참 순리적이다. 하나씩 하나씩 몸의 비밀을 벗기듯 차례가 있다. 분명 그것은 질서이고 차례이며 우주를 경배하는 예절이다. 갑자기 몇 단을 뛰어 오르며 욱일승천하는 게 아니다. 조금씩 거둬들이며 몰아치며 목표 지점에 이르는 것이다. 목표에 도달 하여야 한다는 인식조차 허락하지 않은 채, 어느새 다가와 있다. 도인체조 하나만으로도 수련은 후련하다. 현대의 생활이라는 게 대체 뭐길래 몸을 이리도 내팽겨쳤을까 싶다. 어쩌면 도인체조는 내 몸을 쓰다듬어 몸의 의식과 만나는 일일 것이다.

중국의 종남산, 화산, 무당산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7박8일을 다녀왔다. 좋은 기운을 가져 왔다. 그래서 이번 주 그 기운을 잘 갈무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현문(?)스승께서 도반을 이끄신다. 방법도 뜻도 잘 모르면서 무식이 최고다는 생각으로 앉아서 하라는 대로 나를 내몬다. 원장님이 내 어깨를 툭 치신다. 조금 뒤로 물러난다. 요 2개를 깔고는 누우라ㅏ한다. 그리고는 시선을 이마에서 코로, 코에서 하단으로 보내면서 두 손바닥이 바닥에 닿도록 하신다. 그대로 했다. 긴 시간 동안 그렇게 있었다. 의식은 다양했다.

누워 있는 동안 도반들을 지도하시는 스승님의 말씀을 들었다. 상황과 여건과 내용, 그리고 수련 단계가 다르겠지만, 내 누워 있는 상황에도 적용시킨다. 그러나 알아 듣지 못한다. 내 맘대로 적용한다. 살아 온 세월이 있으니까 가능하다. 이것 저것 꽤 많은 관심으로 책을 보고, 마음 속 신뢰를 키워 왔었던 것들의 발로이다. 늦은 감이 있다. 아니 이른 감인지도 모른다. 찢어지고 늘어진 심신이어야 했다. 아직도 건강했다면 겸허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나를 버리는 데, 이처럼 만신창이의 지름길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도에 그림을 그렸다. 목 뒤에서 어깨를 통하여 등짝까지 요가 젖어 있다. 나는 수공 수련을 한 것 같다. 아마 아직 배우지 못하여 보다 쉬운 수련을 권고한 듯 한데, 반은 내 안의 의식과 함께 했고, 순간 순간 의식을 놓치고 가수면 상태로 빨려 들었나보다. 아무튼 지극히 행복한 시간이었다. 잠깐 잠이 들고 코를 골고 하는 내 습관이 여기에도 기인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련 이전에도 그렇듯이 그 이후는 몸이 가볍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이다. 돌아 오는 내내 맑은 정신으로 차분해졌다. 10시면 피곤해 자야 하는데도 11시에 도착해서도 마냥 정신이 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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