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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재회003-再會

by 나무에게 2013. 12. 23.

재회003-再會 / 온형근


늘 마음 속에서 뵙고자 애썼던 분이다. 바쁜 일들로 해서 차분하게 마음 먹고 뵙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차분해졌다고 작정되어지지를 않았던 것인가. 대체 차분하다는 것은 어디서 다가 오는 것인가.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늘 먼 산만 바라본다. 때론 먼 산 조차도 눈에 차지 않았다. 그냥 분주한 생활이 삶이라고 자위한다. 언제 차분한 마음을 이끌고 찾아 뵐 수 있었겠는가. 내게 차분하다는 것은 생각이 일고 나면 꺼지는 촛불과 같다. 어쩌면 꺼질 순간 조차 남아 있지 않다. 생각만 일었지 켜진 적이 없었다.

전화가 왔다. 특별히 안건을 지니지 않고는 사람을 뵙고자 하는 일에 서툰 사람은 나다. 그러니 차일피일 미룬다. 결국 심교수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수련 시작한 것을 알고 계셨다. 아마 함께 수련하시는 분들께, 심교수님 권유가 있었는데, 그때 바로 못하고 있다 이제야 시작하게 된 아무개입니다. 라는 소개말이 몇 사람 건너 교수님께 들어갔나보다. 교수님도 바쁘셔서 한동안 금선학회에 나오시지 못하였다고 하신다. 오늘 수련을 함께 하신다고 일찍 나올 수 있냐고 하신다. 그래서 회장님께 소개도 하고 저녁도 나누기로 약속한다.

6시에 약속이라 느긋하게 시간을 잡았다. 너무 일찍 도착하여 근처 휴게공간에서 시간을 보냈다. 마침 가지고 다니는 책이 있어서 좋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뵙는 교수님이다. 교수님의 모습은 수련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을 때 뵙고 처음이다. 그때 15Kg의 몸무게가 빠지셨다. 그 좋아하는 술을 수련으로 끊으셨다. 얼큰한 음식을 물에 말아 드셨다. 슬쩍 보았던 그때의 모습이 그렇다. 그때 체질이 바뀌고 계신다고 했다. 실제로 그렇게 보였다. 오늘 뵙고 보니 그때보다는 훨씬 좋으시다. 다시 바뀐 체질로 몸이 익으셨다.

금선학회에 나오시는 분들의 화색은 참 좋다. 아마 내 얼굴의 거무잡잡함이 두드려질 것이다. 회장님 사저에 처음 올라가 보았다. 옥탑방 형식으로 좌우 창으로 산이 들어서 있다. 사당의 산동네와 건물이 저 아래로 멀게 펼쳐져 있다. 심교수님이 최회장님께 나를 소개했다. 차를 마시고, 중국에 다녀오신 일과 아마 중국에 짓고 계시는 듯한 금선학회 수련관(도관)의 설계도면을 본다. 어느 정도 진척되었음을 나누신다. 9월에 있을 국제 선도 세미나 이야기도 나눈다. 생활 속의 도를 추구하는 금선학회라는 슬로건이 두 분의 대화 속에 녹아 있다.

차를 마시며 회장님은 내 상태를 체크하신다. 인체의 어떤 부위가 어떻다는 말은 들어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실제로 내 인체의 부위를 나만큼 잘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러나 병원에 다녀본 적이 있기 때문에 간에 대하여는 안다. 헌데 회장님의 말씀 중 기억나는 것은 머리가 맑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몸의 하단전을 중심으로 상체가 들떠 있다는 내용의 말씀을 하신다. 나는 홧병이 있다고 했다. 주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홧병이라고 했다. 그래서 혈압이 높아졌고, 뒷목이 땡겨서 1달 정도 크게 고생했다고 말한다.

심교수님은 빙그레 웃으신다. 마치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으시다는 표정이시다. 어쩌면 심교수님은 나를 잘 만나지 않아도 나를 잘 알고 계시는 것 같다. 내게 대해서는 회장님보다 도력이 더 깊으신게 아닌가 싶다. 그럴지도 모른다. 대학원 다닐 때에도 교수님은 모든 것을 다 아시는 듯 슬그머니 염화시중의 미소를 내게 주곤 하셨다. 내 아픔도 성질냄도 기뻐함도 들떠있음도 모두 알고 계시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늘 중히 생각해 주시고, 곁에 있는 사람으로 여겨주신다. 부정도 긍정도 아닌 저절로 그러함, 그래서 자연스러운 교수님이다.

저녁을 드시면서도 많은 이야기들을 하신다. 내가 듣기에 회장님도 교수님도 서로에게 존중의 미학을 지니셨다. 보기 좋은 자리다. 나는 틈틈이 이야기 차례에 다랑쉬 회원들의 근황을 말씀드렸다. 염충선생, 정명렬씨, 안행준씨 등의 근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진을 뺄 정도로 정력적인 생활을 하다 지친다. 그 후에는 자기 자신을 누가 지켜줄 것인가라는 의문이 많이 들었다. 그런 관점에서 이야기를 했다. 나 역시 철저하게 멸사봉공하였지만, 내가 필요할 때 그 사람들은 없었다. 희생과 봉사 그리고 인덕은 무너진 건강 앞에서 무력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뵙게 된 교수님과 수련을 함께 하였다. 나는 아직 굴신 운동 쪽에서 막혀 있다. 안되는 동작이 많은데 교수님은 오랜만에 나오셨다는데도 온 몸의 동작이 제대로 완성된다. 내 동작은 미완성이 많다. 모든 것은 마음이다. 마음만 있으면 시간이 따라 붙을 것이다. 12월 10일까지 백일축기라고 한다. 내게도 수련의 기회가 생겼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늦었지만 지금 시작하는 수련의 출발은 이른 것이다. 도복에게 말을 건다. 좋은 사이가 되자고 말이다. 그리고 내가 맘에 들면 도복 역시 내게 말을 걸어보는게 어떻겠냐고 슬쩍 떠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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