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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수공005-睡功

by 나무에게 2013. 12. 23.

수공005-睡功 / 온형근



수련 시간에 맞춰 나가다 보니 옷 갈아 입고 바로 시작하게 된다. 조금 일찍 나갈 필요가 있다. 약간의 시간이 생겼다 싶었는데 부원장께서 슬쩍 다가온다. 수공에 대하여 설명한다. 누워서 미간으로 시선을 모으고 저 먼 우주 바깥으로부터의 기운을 가져온다. 이때 호흡은 들어마신다. 사실 호흡이 어렵다. 귀를 쫑긋하고 세워 듣는다. 그렇게 받아들인 기운을 코로 앞가슴으로 하단으로 담는다. 내쉴 때는 내 몸 주변에 커다란 원이 있다. 그 원의 형태로 기운이 온 몸의 모공을 통하여 빠져 나간다. 들이마실 때 역시 온 몸의 모공을 통하여 들어 온다.

호흡은 내쉴 때 하단 역시 볼록 나오고, 들여 마실 때 하단도 들어가게 한다. 순 호흡과 반대가 된다. 아무튼 이렇게 연습을 하여야 나중에 반좌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복식호흡과 수공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다. 그렇게 그림을 그린다. 걸으면서 생각에 잠기면서도 호흡을 느낀다. 오고 가는 버스, 걸으면서 수련의 생각에 다다르면 바로 호흡으로 이른다. 사실 예전에 단전호흡, 복식호흡 등을 책을 통하여 연습해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취했던 것은 들이마실 때 배가 볼록하게 나오고, 내 쉴 때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랬던 것이기에 자꾸 어긋난다.

도인체조는 매번 똑같지는 않다. 아마 그날의 분위기와 도반 전체의 형상에 따라 약간씩 가감된다. 경락과 경혈이 풀어져야 한다. 반좌의 시간도 오래도록 함께 하였다. 후반부에는 수공이다. 수공에 대하여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애쓴다. 생각과 수련의 실제는 연결이 쉽지 않다. 자연스러웠으면 한다. 생각이라는 것은 몸의 유연을 방해한다. 생각과 몸이 함께였을 원초적 인간의 삶을 반추한다. 지금은 너무 많은 생각들이 삶을 주재한다. 따라서 몸은 생각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 수공처럼 누워서 하는 수련에도 몸이 생각을 따라가지 못한다.

어쩌면 단순 할수록 사설은 길고 생각은 하루살이처럼 번지는 것일지 모른다. 오히려 몸은 긴장에 의하여 더욱 강인하고 예민해진다. 적당한 긴장이 몸에 이롭다. 이또한 관념에서 넘치지 않아야 한다. 수공내내 코를 고는 도반들이 있다. 코 고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내 수공은 그나마 수련의 정기를 붙잡고 있다. 등이 젖고 머리가 젖는 수공, 변화 진전을 알 수 없지만 수련의 한 형태로서 깨달음이 수반하기에는 아직 멀다. 내일 있을 관악산 산행 수련이 기대된다. 나는 절밥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들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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