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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옻닭006-內丹

by 나무에게 2013. 12. 23.

옻닭006-內丹 / 온형근



결국 산행을 참여하지 못했다. 학교에 나와 풀로 뒤덮인 밭에 선다. 계속된 비로 땅은 알맞게 푸담하다. 일하는 동안은 단순함과 육신의 고통이 함께 어우러져 묘한 쾌감이 돈다. 수련하면서 기운의 운행을 느낄 때가 있다. 아주 경미하고 계통이 서지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찾아온다. 아, 이거....하면서 기쁘다. 아직 체계적으로 수련에 임할 수 없다. 내공이란 말을 사용할 단계도 못된다. 다만 점으로 박히듯 간헐적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이런 것들이 종횡으로 횡행하다 보면 기의 뭉침이 될 것이다.

풀을 뽑는 일은 마음이 바쁘다. 뽑히는 풀에게는 미안하다. 사실 왜 그 풀을 뽑는가. 거기에 심어 두고 가꾸려 의도된 나무를 위해서다. 인간의 활동을 위해서다. 의도된 것은 교육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의도된 활동 모두가 교육이다. 바람직한 방향의 설정은 누가 하는가. 풀에게 미안하다. 생명 있는 모든 것의 삶이 소중한 것이다. 인간의 의도는 참으로 다양하게 포장된다. 생명 활동이라는 본질적 삶의 속성에서 너무 앞서 있다. 풀을 뽑는 동안에 바빠진 마음을 삭힌다. 땀이 송송 나게 되면서 몸이 지치면서 마음도 이웃이 된다.

이때쯤이면 몸과 마음이 경계를 허문다. 다스려지지 않은 몸이 일로 힘겨워질 때면 마음이 스며든다. 지치고 헤진 몸이 되어야 마음의 거처가 된다. 깔끔하고 멀쩡한 몸에는 마음이 떠나 있다. 마음 없이 생각과 관념만 있다. 생각과 관념을 마음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럴수록 삶은 역동적이라 믿는다. 몸이 지쳐 있을 때 어김없이 찾아 드는 마음의 실체는 무량하다. 풀을 뽑으면서 기는 동안 온 몸을 휘감는 기운을 가진다. 이 또한 수련이다. 호흡을 꺼낸다. 풀을 뽑는 동안 호흡은 어디에 가 있는가.

오늘 관악산행을 못한 것은 아쉽다. 하지만 묵힌다. 묵힌 것은 순한 맛이 있다. 대신 산행과 절밥과 옻닭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옻닭을 실천하고자 한다. 옻닭을 먹기 위해서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아내에게 맡긴다. 대신 나는 예약을 해두기로 한다. 푹 고아서 먹는 것이라 시간을 정해둔다. 아내는 6명이라고 말했다. 정호를 빼고 하는 말일 것이다. 2마리면 가능하다. 옻닭은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믿을만한 식당을 알고 있다면 외식으로 처리하는 것도 괜찮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옻은 위장에서는 소화제가 되고 간에서는 어혈약이 되어 염증을 다스리며, 심장에서는 청혈제가 되어 결핵균을 멸하고 콩팥에서는 이수약이 되어 오장육부의 질병을 다스린다. 신경통, 관절염, 피부병 등에도 훌륭한 약이 된다" 라고 했다. 나는 간에 관련된 부분을 보면 눈길에 힘이 들어간다. 눈에 힘이 들어간다고 해서 그것이 지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눈에 잠시 비추는 것이다. 어혈이란 더럽혀진 피의 찌꺼기다. 내가 수시로 들락거리는 책 중에 인산 김일훈 선생님의 <신약>과 <신약본초>가 있다. 들어가도 잘 깨닫지 못하면서 슬쩍 보고는 문 닫고 나오지만, 자주 들락거린다.

김일훈 선생은 도인이다. 오랫동안 공부하시어 도통하고 밝고 맑은 분이시다. 특히 난치병인 암 치료를 위한 화두를 실천하신 분이다. 신약에서 옻은 암치료에도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한반도의 상공에 떠 다니는 색소가 옻나무에 스며 있다. 특히 옻은 냉하고 습한 것을 제거하는 데 따라올 것이 없다. 일본은 목기를 많이 사용하는데, 옻칠을 한 목기는 갑부가 아니면 사용하지 못한다. 비싸다. 한국에서의 옻은 원주 부근의 옻이 가장 질이 좋다. 가장 좋은 질의 옻은 정제되어 전량 일본으로 수출된다. 옻은 미래의 천연 소재다.

예전에도 옻칠한 관은 큰 부자나 권세가에서 사용하였다. 옻칠한 자개나 옻칠한 목기 등은 자자세손까지 이어진다. 일본처럼 습한 나라에서의 옻칠한 목기는 당연히 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의 우동집이나 식당에서 목기가 아닌 플라스틱류의 그릇도 옻칠한 색깔로 만들어져 유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직접 비싼 옻칠 목기를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옻칠한 것처럼 보이는 색깔의 그릇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들은 그런 색깔의 그릇이 왜 그렇게 많이 사용되는지 자세히 따지지 않는다.

예전에 3년 정도 경기도 여주 점동에서 농장을 하였다. 그때 마을 친구들은 틈만나면 옻닭을 만들어 놓고 사람을 부른다. 결국은 옻닭보다 더 많은 술을 마시는 날이기도 하다. 시골에서 옻닭은 더운 여름을 이겨내는 효과적인 보양식이다. 하지만 도시 생활에서 옻닭을 직접 만들어 먹기는 곤란하다. 천상 옻닭을 만들어주는 식당을 찾는다. 그런데 과연 진짜 옻나무인가 갸웃되게 된다. 따라서 믿음이 가는 옻닭 식당을 단골로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실로 옻닭을 다루는 곳을 찾아야 한다.

옻닭을 몸에 안주하도록 하는 절차가 있다. 기본적으로 몸에 안치는 것을 일주일에 한 번 혹은 두 번 정도로 3-4 개월 정도 먹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처음 옻닭을 먹을 경우에는 하루 건너 한 번씩3-4회 연속 먹는다. 물론 나이에 따라 그 효능이 다를 수 있다. 처음에 하루 건너 한 번씩 3번 정도 연속 먹으면 몸에 직접 느낌이 전달된다. 그 후 병을 고치려면 일주일에 두 번 , 건강을 유지하려면 한 번씩 즐겨 먹으면 좋다. 내가 살던 점동의 덕평리 사람들은 옻닭을 먹으면 위가 코팅되어 술에 강해진다고 믿는 것이 문제다. 어떤 식으로든 술을 마시는 사람들에게 가끔 왜곡된 음식관이 있다. 아무튼 술을 오래도록 잘 마시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심교수님께서 전화하셨다. 산행을 가느냐고 묻는다. 가지 못하는 실정을 말하니 교수님도 치아 치료로 결행이라 하신다. 다음 기회를 약조한다. 전화를 끊고 아쉽다. 이러저러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다. 교수님에 대한 내 마음에 존경심이 크다. 일상적인 대화가 스며 들지 않는다. 가끔은 일상적인 대화도 나누었으면 싶다. "산행은 못가지만, 오늘 옻닭은 먹으려고 합니다." 라는 말 정도는 할 수 있었으면 했다. 옻닭을 예찬하려면 옻나무를 생산하여야 한다. 내년 봄에는 옻나무를 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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