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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의념002-意念

by 나무에게 2013. 12. 23.

의념002-意念 / 온형근



도인체조는 쉽지 않았다. 도인이라는 것은 끌고, 당긴다는 뜻이다. 마음을 편안히 하고 몸을 부드럽게 만든다.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고, 막힌 경락을 유통시키고, 유연성 및 근력을 길러 준다. 오늘 도인시간은 길었다. 움직임 가운데 고요함을 취하여야 한다는데 나는 아직 몸이 부산하다. 익숙하지 않다. 생각은 복잡해진다. 호흡이 병행되어야 한다는데 도인체조 자체만으로도 터질 것 같다. 그러면서도 아주 고요한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는데 쉽지 않다. 머리에 잡념이 넘친다. 도인체조 방법 자체만으로도 산만하다. 익숙하지 않은 몸을 사용하는 것은 생각을 부풀린다. 한 곳으로 모아야 할텐데 그렇지 않다.

번잡함이 사라지고 오로지 몸의 동작과 호흡에만 의식이 집중되어야 한다. 저절로 기를 느끼고 자신이 하는 동작의 부위에 기혈이 유통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도인체조는 뻣뻣하게 굳어 있는 내 몸을 풀어준다. 그러나 몸의 좌우 균형이 자주 어긋난다. 그럴진대 몸 안의 경락을 열어주고 몸 안의 기를 조절하는 단계는 아직 멀다. 가만히 보니 목을 풀어 주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내 스스로 목이 뻣뻣하여 고생한 적이 있다. 생활 자체가 컴퓨터 앞에 앉지 않을 수 없기에 뒷목이 늘 불편하다. 그래서 시작할 때의 목을 푸는 시간은 참 행복하다.

실제 생활에서도 도인체조를 혼자 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또 생각은 번잡스럽다. 그냥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익혀질 것임을 번연히 알면서도 기억해내고 싶다. 자연스럽게 익히자, 기억해서 수시로 익히자가 다툰다. 다른 날보다 훨씬 많은 량의 도인체조를 한다. 조금 체계가 엿보인다. 목에서 어깨, 허리, 고관절, 무릎, 발목 등으로 신체의 부위를 기억해내고 있다. 모든 기억을 몸에 가져다 붙이려 한다. 잼잼의 동서남북은 학생들 벌서는 것처럼 인내가 필요했다. 하지만 내게는 꼭 필요한 운동이다. 자고나면 손발이 붓기 때문이다.

잼잼처럼 시간이 길게 이루어지는 도인체조 때에는 몇가지 수련방법을 짧게 설명해준다. 그때마다 귀가 번뜩인다. 막연하게 생각하였던 예전 무협지에서의 내용들이 실제로 다가온다. 무협지라도 읽었으니 알아 듣기는 하는 것일까. 무협지가 있어서 수련 용어가 그나마 질문 없이 통과되는 부분도 분명 있다. 평형공도 그 중에 하나다. 나무와 함께 기를 주고 받는 것이다. 나무를 좋아하는 내게는 어서 배우고 싶은 수련방법이다. 자연환기법의 하나인 평보공 역시 친근해진다. 친근해지는 것과 수련의 공력은 비례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도인체조 곳곳에서 의념이라는 말을 듣는다. 앞뒤 문맥으로 보아 의념이라는 말이 意念일 것이라고 단정한다. 그렇다면 뜻과 생각이라는 직역인데, 결국 자기 자신의 뜻을 세우는 것일게다. 상상력이 자극되어야 한다.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 믿음은 수련의 동력이다. 일명 접시돌리기라는 동작에서 구체적으로 설명이 된다. 기 혹은 기장, 또는 자기장 등 구체적 용어보다는 의념 안에서 만들어진 뚜렷한 대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커다란 농구공만한 기가 두 손바닥 안에서 굴러다니고 있다. 의념은 그렇다. 의념이 충분하다면 성취에 이르는 시작이 빠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굴신운동에 들어가서는 내 굳어 있는 고관절과 좌우 균형 등이 문제가 된다. 눈치껏 주변 도반들의 자세를 흉내 내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동작들에서는 당황한다. 한 번 쳐지면 다음 동작 역시 밀려서 쳐진다. 놓친 것은 버린다. 그리고 다음 동작을 따른다. 나중에 되는 동작에서 안되었던 동작을 되짚어가기로 한다. 오늘 이루어진 도인체조 각각의 면면을 뜯어보기에는 이르다. 통시적으로 느낄 뿐이다. 다만 반좌에 들어가기 전에 충분히 365개의 혈과 12개의 경락을 풀어야 한다. 기경팔맥도 있다. 혈은 기가 머무는 정거장, 경락은 정거장과 정거장을 잇는 도로, 경맥은 넘칠 것을 대비해 만들어 놓은 별도의 예비 도로라고 개념짓는다.

여전히 돌아 오는 버스에서 잠시 잠을 청하지 못한다. 버스에 앉자마자 잠에 드는 나로서는 색다른 경험이다. 오후 11시 가까이에서 이처럼 오전처럼 멀쩡해진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아마 반좌 시간에 나는 누워서 수련을 하는데 잠시 잠깐씩 코를 골듯 수마에 빠지곤 하는 게 분명하다. 수련 후 차를 마시면서 도반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게 된다. 참으로 화색이 돈다. 삶의 경륜에 비하여 맑다. 내 얼굴도 저러할까 생각하면서 바라본다. 연꽃 가득 피어 있는 연못에서 연향에 취해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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