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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休林山房

채근담, 前集_016. 일어나고 스러지고 적시거나 말라드는 것

by 나무에게 2013. 12. 30.

채근담, 前集_016. 일어나고 스러지고 적시거나 말라드는 것

 

 

 

총애와 이익을 얻는데에

남보다 앞서지 말고

덕을 닦는 일을 위하여는

남보다 뒤떨어지지 말라.

남에게 받아서 누리는 일은 분수를 넘지 말고

자신을 수양하여 실천하는 일은 분수를 줄이지 말라.

 

寵利, 毋居人前.

총리, 무거인전.

德業, 毋落人後.

덕업, 무락인후.

受享, 毋踰分外.

수향, 무유분외.

修爲, 毋減分中.

수위, 무감분중.

 

毋居毋落 毋踰毋減

무거무락 무유무감

 

居落踰減

거락유감(이익에 앞서고 덕에 뒤떨어지지 말며, 누리는 일은 넘치지 않고, 수양하는 일을 줄이지 않는다.)

 

 

 

[차인 생각]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사는 것은 경건하여야 한다고 숨을 고른다. 마른입은 하루를 맞이하기 위한 생각으로 적셔야 한다. 발효차를 찾아 물을 얹고 첫 찻물을 따른다. 명랑한 소리다. 입에 머금고 채근담과 만난다. 삶은 경건함이다. 시작할 때야말로 빛나야 한다. 하루를 마감하는 때에 무거워진 육신과 정신에 쓰러질지언정 경건한 하루의 시작은 담백하여 차를 마시는 느낌이어야 한다. 하루를 살아가는 일은 남에게 나서주는 일과 다름 아니다. 남에게 나를 보여주는 일이다. 연극배우가 무대에 오르기 전에 입을 풀고 숨을 고르며 좋은 생각과 명상으로 자신에게 주문을 외듯, 그렇게 산다는 것은 나서는 일이다. 남 앞에 나서는 일이기에 자칫 들뜰 수 있다. 뒷걸음질로 머뭇댄다.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 은총과 이익이 쏟아진다고 느낄 때 더욱 주춤댄다. 자신을 위하여 수양하고 실천하는 일은 다르다. 내적 충만을 위하는 일이기에 부지런하여 떨어지지 않게 한다. 떨어진다는 것은 감을 놓치는 일이다. 남을 향해 나를 내세우지 말고, 나를 향해 나를 독려한다. 좋은 관계일 때 넘치지 않는지를 살핀다. 나를 살피는 일에 부족함이 없는지 살핀다. 살리고 떨어지고 넘치고 줄어드는 일의 적정량에 대하여 경건한 마음으로 엄중하게 측정한다. 내 자신의 내부에 일어나고 스러지고 적시거나 말라드는 게 무엇이 있으며 그 양이 얼마나 되는지 매일 재본다. 눈앞의 당장의 달콤함보다는 긴 호흡으로 초근목피의 찻물에 물들 듯, 붓고 따르고 비우며 제 모습이 드러나게 한다. 오늘은 살리고 떨어뜨릴 일, 넘치고 줄여야 하는 일의 근본에 대하여 바라본다. 혹시 분수에 맞지 않는 은총과 이익, 받아 누림이 있는지를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