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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白藝術

캘리그라피01-조경설계사무소 彬vin

by 나무에게 2013. 12. 24.

 

 

겨우 좌우 장법이 맞추어졌다. 한자 彬이 가늘고 영문자 vin 역시 따로 논다. 그러나 앞의 조경설계사무소라는 글자가 자기들끼리 치고 받는 맛이 있다. 전체적으로 개성 만점이다. 아무나 쓸 수 있는 졸렬함을 지녔다. 그래서 아무나 쓸 수 없는 작품이 되고 만다. '조'에서 초성을 자신있게 굴렸으나 모음에서 움추려 들고, '경'에서 초성이 땅을 찌르듯 기세등등 하였으나 역시 모음인 중성과 종성에서 오무라든다. 그 기세가 '설'의 초성과 중성으로 이어지다 종성인 'ㄹ'에서 회복하려 했으나 'ㄹ'이 잘 나오지 않았다. 결국 '계'에서 이 글자의 전체를 아우르는 편안함과 포근함이 나타나게 된다. 중심에서 '사'와 함께 전체를 잡아주고 있다. '계'에서의 모음 'ㅖ'의 떨어뜨림이 여백을 주고 '사'의 초성 'ㅅ'이 넓적하게 퍼지면서 'ㅏ'가 굵직하게 기세를 밀고 그 기세에 '무'가 살짝 기울면서 술 한 잔 걸치게 된다. '소'에서 작은 마침표를 찍듯 시작과 끝을 간결한 장법으로 처리한다. '조경설계사무소'가 자리한 비중을 슬쩍 옆의 회사 이름 '빈'이 멀찌감치 자리하여 독립한다. 받은 사람이 너무 좋아하는 것으로 첫 작품의 의의를 매긴다.


덧글 : 캘리그라피를 배운다고, 12주짜리 동교동 '필묵'을 나섰다. 첫날 붓을 잡고는 선긋기를 하였다. 몇 자 쓰기도 했다. 기분이 떴다. 기어코 붓을 잡고 만 것이다. 서툴기는 해도 글자를 쓰는 마음이 후련했다. 다랑쉬 총무를 하고 있는 정명렬씨가 울산에서 개업을 한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 4시간씩 배우는 캘리그라피 기초과정에 있는 내가 생각해내면 곤란한 일에 생각이 미치고 만다. 이합지를 깔고 먹을 붓에 흠뻑 묻혔고, '조경설계사무소 彬vin'을 쓰기 시작했다. 내친김에 몇 장을 썼는지 모를 정도다. 한국서각협회 수원지부를 맡고 계시는 '소주 박영환' 선생에게 서각을 맡긴다. 개업 선물로 쓸 것이라며 봉투를 전했다. 그리고 며칠 후 받아 든 작품이다. 동교동 '필묵' 두번째 강의를 오전으로 고쳐 듣고 김포공항에서 울산까지 달려가 전해 준 작품이다. 오른쪽에 阮山과 소주라고 각해져 있다. 완산이 쓰고 소주가 각한 합작품이고, 내게 캘리그라피 작품으로서 첫번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