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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白藝術

캘리그라피02-행궁공방

by 나무에게 2013. 12. 24.

 

 

한국서각협회 수원지부의 '소주 박영환'선생이 공방을 차리면서 내 글씨가 마음에 든다고 요청한 작품이다. 부탁을 받고는 만년필로 여러번 연습을 했다. 여전히 만년필에 익숙하다. 쓰다보니 큰틀이 생긴다. '행'의 초성에서 '궁'의 이미지가 나타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심었다. 'ㅎ' 하나만으로 '궁'이라는 문자가 되게끔 했다. 그러면서 'ㅐ'의 중성에서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형상을 보인다. 종성 'ㅇ'을 단아하게 돌린다. 이 작품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종성마다 나타나는 받침 'ㅇ'이다. 이것을 일렬로 배치할 경우의 난만함에 대하여는 말을 아낀다. 결국 위치와 크기, 형태의 변화를 통하여 전체적으로 흐트려뜨림으로서 잡아주는 방식을 택한다. '궁'에서 바짝 긴장김을 높인다. 길고 좁게 처리하므로써 주춧돌을 박는다. 그 주춧돌을 놓치지 않는다. 거기에서 물이 솟아나듯 사업이 잘되라고 힘있게 '공'의 초성에 연결시킨다. '행궁'이라는 명사와 '공방'이라는 직업이 만나는 접점을 샘솟듯 표현한 것이다. 그러면서 '공'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아주 곧바르게 하였다. 흐트러짐 없이 단아하게 자리잡는다. 그런 다음 조금 호흡을 천천히 느리게 하여 '방'에 도달한다. 아주 편안하고 좋은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방의 칸칸마다 작업이 비지 않고 이어지면서 채워지라는 기원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