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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한치윤, 해동역사-김가기

by 나무에게 2013. 12. 24.

해동역사(海東繹史) 제67권    
- 인물고(人物考) 1 사군(四郡) 이전(以前), 고구려(高句麗), 백제(百濟), 신라(新羅), 발해(渤海) 
 
김가기(金可記) 《전당시(全唐詩)》에는 김가기(金可紀)로 되어 있다. ○ [신라(新羅)의 인물]

○ 김가기는 신라 사람으로, 빈공 진사(賓貢進士)이다. 성품이 조용하고 도(道)를 좋아하였으며,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혹 양생술(養生術)과 연년술(延年術)을 익히면서 스스로 즐기었다. 학문이 넓고 기억력이 뛰어났으며, 글을 지은 것이 청아하고 아름다웠다. 얼굴 모습과 풍채가 아름다웠고, 거동과 언사에 중화(中華)의 풍(風)이 있었다. 얼마 뒤에 급제(及第)하여 발탁되었으나, 종남산(終南山) 자오곡(子午谷)에 은거하여 살면서 은일(隱逸)의 정취를 품고는 몸소 기이한 꽃과 이상한 과실을 아주 많이 심었다. 항상 향을 피우고 조용히 앉아 있으면서 마치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하였으며, 《도덕경(道德經)》 및 여러 신선경(神仙經)을 쉬지 않고 읽었다. 그로부터 3년 뒤에 본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여 바다를 건너 떠나갔다.

다시 중국으로 와서는 도복(道服)을 입은 채 종남산으로 들어가 음덕(陰德)을 힘써 실행하였다. 어떤 사람이 무엇인가를 구하면 애당초부터 거절하는 법이 없이 정성스럽고 부지런히 하기를 일삼았으므로, 사람들이 따라갈 수가 없었다. 당나라 대중(大中) 11년(857, 헌안왕1) 12월에 홀연히 표문을 올려 말하기를, “신이 옥황상제의 조서를 받들어 영문대 시랑(英文臺侍郞)이 되었습니다.” 하였다. -호응린(胡應麟)의 《필총(筆叢)》에 이르기를, “김가기는 영문대 시랑이다. 선전습유(仙傳拾遺)에 나온다.” 하였다.

다음 해 2월 25일에 날아 올라갈 때를 당하여 선종(宣宗)이 몹시 이상하게 여겨 중사(中使)를 파견해 대궐 안으로 불렀는데, 굳이 사양하면서 가지 않았다. 또 옥황상제의 조서를 보여 달라고 하자, 별선(別仙)이 가지고 있는 것은 인간 세상에 남겨 두지 않는 법이라고 하면서 사양하였다. 이에 드디어 선종이 궁녀(宮女) 4명과 향(香), 약(藥), 금채(金綵)를 하사하였으며, 또 중사 2명을 파견하여 전담하여 모시게 하였다.

김가기는 혼자서 조용한 방에 거처하였는데, 궁녀와 중사가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였다. 매일 밤마다 방 안에서 항상 손님과 담소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중사가 몰래 엿보니, 단지 선관(仙官)과 선녀(仙女)가 각각 용(龍)과 봉(鳳)의 등 위에 앉아서 서로 마주 대한 것만 보였다. 그런 데다가 시위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서 궁녀와 중사가 감히 놀라게 하지 못하였다.

2월 25일이 되자 봄날의 경치가 아름답고 온갖 꽃들이 만발하였는데, 과연 오색구름이 일더니 학이 울고 난새와 고니가 날아오고, 생황과 피리 및 온갖 악기 소리가 울렸으며, 깃털 가마와 구슬 수레가 날아왔다. 깃발이 허공 가득 펄럭이고, 신선들의 의장(儀仗)이 늘어선 속으로 김가기가 승천하여 올라갔다. 이 모습을 보는 조정의 관원들과 백성들이 산골짜기를 가득 메웠는데, 모두들 우러러 예를 올리면서 기이함에 탄복하였다. 《태평광기(太平廣記)》 ○ 《속신선전(續神仙傳)》에 이르기를, “하늘로 날아 올라간 사람은 16인인데, 김가기(金可紀)는 신라 사람이다.” 하였다. ○ 살펴보건대, 《전당시(全唐詩)》에 장효표(章孝標)의 ‘송김가기귀신라(送金可紀歸新羅)’ 시가 실려 있다.


[주D-001]종남산(終南山) …… 은거하여 : 원문에는 ‘於終南山子午谷’으로 되어 있는데, 《태평광기(太平廣記)》 권53 김가기조(金可記條)에 의거하여 ‘隱於終南山子午谷’으로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주D-002]당나라 …… 12월에 : 원문에는 ‘唐大中十二年十二月’로 되어 있는데, 《태평광기》 권53에 의거하여 ‘唐大中十一年十二月’로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주D-003]선전습유(仙傳拾遺)에 나온다 : 원문에는 ‘見仙傳拾遣’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見仙傳拾遺’로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주D-004]전담하여 모시게 하였다 : 원문에는 ‘專伏待者’로 되어 있는데, 《태평광기》 권53에 의거하여 ‘專伏侍者’로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주D-005]중사가 몰래 엿보니 : 원문에는 ‘中使窺竊之’로 되어 있는데, 《태평광기》 권53에 의거하여 ‘中使竊窺之’로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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