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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休林山房

006.스토리텔링은 무르익는다

by 나무에게 2013. 11. 21.

006.스토리텔링은 무르익는다 / 온형근

 

 

스토리텔링은 이야기다.

요즘 수원시정연구원에서 공모하는 공원/녹지 스토리텔링 공모전에 7 작품을 지도했다. 처음부터 에세이 수준이라고 요구했지만 알아듣기 어려웠나보다. 내가 예전에 만들어 놓은 판넬을 보여주면서 답사보고서나 체험보고서처럼 쓰는 게 아님을 강조했다. 1-2 작품은 수정을 별로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형식을 갖추었다. 그러나 나머지 작품들은 사진과 이야기가 따로 놀거나 이야기의 전개가 문맥난조였다. 하루 날 잡아 이 작품들의 이야기를 대대적으로 손을 봐서 다시 돌려주었다. 마감일이 가까워졌으니 이제 당신들의 최종 몫이 남은 셈이다.

 

바라볼 때 꽃이 된다.

무언가를 바라볼 때 비로소 꽃도 되고 작품도 되고 꿈도 되는 것이다. 이번 공모전을 지도하면서 느낀 것이 그렇다. 당신들이 무엇을 보고 살아가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살짝 놀라기도 했다. 조경을 진로로 삼는다는 당신들이 평소에 조경에 관련지어 사물을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저 조경교실에서 선에 파묻혀 살고만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일상에서 나를 조경 전문가의 길로 갈 수 있게 채찍질 하지 않는다면 당신에게는 피울 꽃이 적게 된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당신의 시선과 관심과 궁리가 당신 안에서 늘 뜨겁게 울렁거려야 한다.

 

당신은 꽃밭을 가꾸는가.

사람들은 곧잘 내면의 꽃밭을 가꾸라고 한다. 꽃밭에는 꽃이 그득하다. 그 그득해야 할 꽃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길을 걷든 여행을 하든 늘 풍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만드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이번 공모전에서 당신들이 제출한 수준은 아직 일상에서 바라보면서 피워내는 꽃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조경과 관련지어 관심과 애정어린 바라보기가 당신에게 꽃을 피워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진정성이 부족해진다. 풍경이 '그대로 눈에 보이는 게 다'라고 규정짓고 만다면 조경 전문가로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실제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조경가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기술자로 남을 것인가.

당신들의 주변을 보면 알게 될 것이다. 특히 4기를 보면 분명해진다. 누가 내면의 꽃밭을 가꾸었는지를 알 수 있다. 무엇을 바라보고 일상을 소비하고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사람의 삶에서 어느 시기에는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마음대로 하는 시기가 있지 않다. 항상 오늘에서 출발한다. '지금 그리고 여기서' 모든 것이 출발한다. 조경 전문가의 길을 걷는다는 사람이 '지금 그리고 여기서'의 행위를 아무렇게나 하고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을 상상해봐라. 얼마나 아까운가. 참된 인간성을 지니라고 한다. 그것은 당신이 가꾸고 있는 꽃밭이다. 당신이 어느 곳을 향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척도가 내면의 꽃밭이다. 당신은 기술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예술로서의 조경을 할 것인가.

 

이야기는 무르익어야 제맛이다.

당신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곧 당신의 모습이다. '지금 그리고 여기서' 당신의 모습이 곧 자기소개서가 되는 것이다. 지금 보면 낯빛이 뜨거울 때가 많다. 애써 외면한다. 표리부동한 삶에는 신뢰를 주지 않는다. 당신의 인생은 짧지 않다. 인연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항상 당신 아닌 사람들에게 당신의 진심어린 정성과 성실과 끈기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의 이야기는 당신이 무르익혀야 한다. 나는 당신들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안내한다. 당신 스스로 인간성을 내 던진 기술자로 전락하지 말 것이다. 기술자의 작품은 인간미가 없고 건조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칠어진다. 진정한 예술로서의 조경가를 원하는가. 그러면 먼저 인간성을 갖춰라. 내면의 꽃밭을 가꾸어라. 바라보면 꽃이 된다. 당신의 시선을 어디다 둘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