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재::休林山房

008. 수근거릴까 과묵할까

by 나무에게 2013. 11. 25.

008. 수근거릴까 과묵할까 / 온형근

 

 

한 곳에 오래 머문다.

오랜 시간 한 분야에 종사한다는 것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사에 의해 사방을 바라본다. 취미일 수도 있고, 경제 행위일 수도 있다. 병행하면서 나아가는 거다. 어떤 것이 진짜 나의 모습일지 모르는 경계선까지는 여전히 직업이 우선이다. 자기가 선택한 직업에 전문가로 살아남겠다는 증거다. 취미가, 또 다른 경제 행위가 본래의 전문직업보다 우위에 서면 그때는 바꿔야 한다. 여전히 당신을 이끄는 것이 무엇인가를 늘 바닥부터 따져야 한다. 그런데 이제 겨우 진로의 시작 부분을 잡았음에도 벌써 그 분야를 두루 섭렵한 듯 딴 짓을 한다. 마치 내게 전문적인 진로는 없다는 듯 뻐긴다. 늘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나이에 마치 세상 다 산 듯한 '꼴값'을 한다.

 

당신이 패거리와 수근거릴 때,

패거리 문화가 있다. 서로 어울리지 못하면 불편하기에 어울린다. 그 중에 바른 생각, 언행을 하는 패거리와 그렇지 못한 패거리가 있다. 한편 눈치를 보면서 그 힘의 잣대에 따라 비겁하게 행동하는 패거리도 있다. 필요할 때는 살살대다가 필요하지 않으면 금방 딴 눈치로 돌아서는 패턴이다. 말 그대로 표리부동한 행동 패턴을 지닌 것이다. 하지만 바른 패거리가 있다. 아무리 돌이 날아 와도 가치를 지닌 것을 놓지 않는다. 다 엎드려 자도, 누구라 할 것 없이 마지막 학기 시험을 땡땡이만 뺑뱅 그려도, 자기만은 예전과 똑같이 변함없는 태도와 의연한 자세를 보인다. 나이가 어려도 존경스러운 기상이다. 저런 멋진 심성이 졸업하고 세상에 나가서 더 빛나기를 진심으로 빌어준다. 나는 항상 그런 당신을 기억하고 싶다.

 

나는 내 길을 과묵하게 나아간다.

과묵한 당신에게 박수를 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주변 친구가 어떻다고 해도 내 길을 걷는 당신은 아름답다. 어쩌면 긴 마라톤인데, 처음부터 속도를 내는 것은 부담스럽다. 아직 당신은 책을 읽고 나 자신을 가꾸어야 할 단계다. 내 자신이 생각하는 힘을 갖게 하는 것은 여러 방법이 있는데, 아직은 주변에서 바람직한 스타일을 꾸준히 답습하는 것이 좋다. 당신의 길을 걷고 싶다면, 그 길을 먼저 걸었던 주변의 가까운 곳에서 비법을 찾아라. 그것이야말로 당신의 전공에 빛을 더할 것이다. 패거리에서 벗어나 나의 길을 걸어라. 지금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지키는 일이다. 덩달아 휘둘리는 일은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좋은 성과를 모두 잃는 것과 같다.

 

끝까지 잘한다.

끝까지 잘하라는 말은 쉽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유혹이 많은가 보다. 세상 화려한 연예인의 생활도 그렇다. 끝까지 잘하는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이 그 세계에서 살아 남는다. 한때 간을 빼주듯 잘하다가 제멋대로 겉과 속이 바뀌는 사람은 환영받지 못한다. 겉과 속이 다른 연예인이 그 세계에서 살아 남는 일은 거의 없다. 사람이 친하고 친하지 않고는 끝까지 의리를 지키고 예의와 겸손을 갖춰서 늘 변함없느냐에 달려있다. 그것은 패거리문화와 다르다. 서로 지킬 것을 지키는 중요한 인간관계의 스킬이다. 그럴 때 진정으로 서로를 위하는 액션이 나온다. 그럴 때 서로 도울 수 있는 일이 만들어진다. 당신이 멋대로 생각하는 사이, 그 좋았던 관계는 서서히 시들어간다. 다시 생각해라. 좋은 관계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과 공력은 엄청난 세월이지만, 좋은 관계를 망치는 데 드는 행동은 몇 초도 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