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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休林山房

007. 작품에는 그 사람이 들어 있다

by 나무에게 2013. 11. 21.

007. 작품에는 그 사람이 들어 있다. / 온형근

 

 

예사롭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다.

당신이 만들어내는 조경설계 계획서를 보면 그것이 공원이든 정원이든 당신이 그 안에 있다. 표현이라는 것은 때로 텍스트이고 때로 선과 면의 도면이고 때로는 스케치의 입체가 된다. 어떤 차원의 표현이더라도 그 안에 당신이 들어 있다면 놀랄 것인가. 그러나 실제로 그 안에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진면목이 나타난다. 더군다나 당신이 수행하고 있는 조경설계는 1차원의 텍스트와 2차원의 선과 면, 그리고 3차원인 입체 스케치까지 특별하다. 어떻게 그 안에 있는 당신을 읽어낼 수 있겠는가. 놀라지 마라. 놀랍게도 그대로 보인다.

 

좋았던 작품도 어느 순간 다시 보이더라.

내가 붓그림을 처음 시작할 때, 참으로 선배들의 그림은 마냥 좋기만 했다. 어떻게 평가할 수 없이 모두 좋기만 했다. 그러던 것이 나도 붓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그 속사정을 알게 되었고, 선배들의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저 그림은 꽤 오랫동안 수련한 붓선의 느낌이고, 저 그림은 아직 얼마 안된 붓선의 느낌임을 구별할 수 있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그 선배들과 함께 인간적인 교류를 하면서 교양과 상식과 예절, 그리고 염치나 세상에 대한 태도 등에서 사람이 달리 보이면서 그 사람의 작품까지도 달리 보이게 되는 것이었다.

 

빗금을 잘못 치면 다시 고쳐라.

선을 그을 때 잘못 그어지면 고쳐서 고친 자국으로 왜 고쳤는지를 소박하게 밝히는 것이 바른 방법이다. 그런데 그때 그 선배들의 붓그림 행태를 보면 그렇지 않더라.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품격이 중요한 고비에 바닥임을 드러내는 것을 보고는 고칠 수 없는 품성이라 여겼다. 그랬다. 어느 순간 주변에서 고쳐주지 못하고 포기하는 단계에 다다른다. 당신들은 지금 이런 저런 자극을 받으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이때 제대로 배워야 한다. 나중에는 고치려고 해도 고쳐지지 않는 병폐에 이르게 된다. 마음껏 표현하고 고칠 것은 고치는 시절이 발전하는 시절이고 자신의 전문가적 삶의 토대로 기여한다.

 

한번 어긋나면 되돌려라.

어긋나면 되돌려야 한다. 알면서도 그 어긋남으로 계속 가는 것은 오만이다. 오만스러운 경험들이 모여 한 사람의 잘못된 삶의 연속으로 작용할 수 있다. 누군가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놀랄 일이 아니다. 세상은 그렇게 서로를 보면서 자기 자신을 반성하고 옷깃을 여미곤 한다. 누구나 다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하는 것이다. 최소한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바람직한 방향으로 좋은 기운이 모인다. 어긋났을 때 되돌리고 싶다면 뒤돌아보아야 한다.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인격에 결함이 있으면 그 사람의 좋은 창의적 설계 도면은 휴지가 된다.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 일을 맡아서 흔쾌히 기분 좋게 함께 할 사람이 주변에 많기 때문이다.

 

애쓴 결과물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이다.

정성스러운 성의와 지속적인 성실과 끈기로 이루어 낸 모든 결과물에는 그 사람의 인격이 반영된다. 거꾸로 아무리 그럴싸한 결과물이라도 그 결과물을 만들어 낸 사람의 인격이 부적합할 때, 그 결과물은 세상에 쓸모가 없게 된다. 이런 경우는 프로의 세계에서 흔하다. 결국 조경교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즉 대인관계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나만 잘 되어서 독주하는 게 아닌 여럿이 함께 만들어가는 팀으로서의 협력과 배려를 배우는 곳이다. 그런 후에 작품의 완성도를 따지는 것이다. 선 맛을 느낄 때쯤으면 주변에 있는 조경교실 당신들 상호간에 흐뭇한 미소를 나눌 수 있는 인간미가 꽃 피게 된다. 선 맛을 느끼는 것은 곧 인간미를 느끼는 것과 같은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