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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관악에서 묻다

by 나무에게 2013. 12. 24.



 

연주대에서 과천을 바라본다. 백운 호수인가 했더니 서울대공원이란다. 앞이 환하다. 그렇게 트여 있는 경관을 보면서 살기를 바랬다. 그래서 부석사에서의 눈맛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산에 오르면 트여 있는 경관과 만난다. 낮은 산, 높은 산 가릴 줄 모른다. 다만 청명한 날씨이기를 바란다. 소도시에서 대도시에 이르기까지 산은 정기가 있다. 산의 정기는 깊은 내면과 만난다. 내면이 없이 산의 정기를 마실 수 없다.

깊은 내면이 만들어내는 산의 정기, 호흡이 길어질수록 정겹다. 오래된 친구같다. 친구와의 해후처럼 편하다. 오르고 내리는 일의 선후가 없어진다. 산의 골격을 따라 내 골격이 함께 움직인다. 편한 신발인 샌들을 신었다. 샌들 바닥과 발바닥이 스폰지처럼 부딪히고 있다. 샌들은 평판의 면을 지녔다. 몸체 스스로 하나의 평면이다. 발은 곡을 지녔다. 곡을 지닌 발바닥과 평면의 샌들이 산의 골격과 만나 삐걱댄다.

 

 

 

 

 

 

 

 

 

 

 

 

 

 

 

 

 

 

삐걱대는 것이었다. 허리가 삐걱였다. 삐걱였던 허리가 내내 진통이다. 등산화를 갖추는 게 이롭다. 긴 호흡이란 갖출 것을 갖춘 채 맞이하는 영접의 영적 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