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에 그 나무가 있으면 행복하다

그 자리에 그 나무가 있으면 행복하다 / 온형근

봄이 어느 정도 무르익을 때쯤, 조경문화답사가 있다.

수원농생고에서 근무할 때, 나는 운전을 못하는 희귀한 사람이라 모임의 장소로 연못 주변 주차장으로 정한다. 그리고는 벌어 놓은 시간만큼 무슨 일거리를 그리 해댔는지 모른다. 연못에 모이면 마악 여름 기운을 시작하는 계절이라 능수버드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연못을 보고 나를 기다리는 회원들과 만나게 된다. 그해, 연못 옆 화단 모서리에 심겨진 고광나무를 만났다. 그때만 해도 나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일천하였던 회원들이지만, 지금은 나를 능가하고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질문에 대답하기 바빴다. 지금은 아예 묻지 않고 자기들끼리 해결한다. 더군다나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는 친구까지 있어서 나도 배운다.

 

괴불나무의 꽃은 마악 피기 시작하려할 때 가장 예쁘다. 흰빛에서 황색으로 변하며 향기가 있다. 골속은 갈색으로 속이 비어 있으며 화경이 엽병보다 짧은 것이 다른 괴불나무류와의 차이점이다. 수원농생고의 이 나무는 매우 잘 자란 괴불나무. 줄기도 꽤 세월을 먹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이곳이 공원화 학교로 울타리를 없애면서 새로운 조경을 한다고 한다. 어찌 되었던 기념비적인 많은 나무들과 대화하고 산책하고 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다른 자리로 혹은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은 채, 구석으로 밀리거나 죽거나 할 것이다. 그때 그 자리에 그 나무가 있다면 행복하다. 공사가 끝나면 제대로 천천히 둘러볼 일이다. 꼭 괴불나무가 그 자리가 아니더라도 참 좋은 자리에 오래도록 남았으면 좋겠다. 이 참에 종자를 따서 노천매장 하였다가 파종하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