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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금으로 둘러싸인 안뜰에서

by 나무에게 2024. 2. 17.

금쇄동 원림의 춘란 군락을 거닐다

 

금으로 둘러싸인 안뜰에서

- 금쇄동 원림. 01

 

 

온형근

 

 

 

   고기가 없으면 살이 마를 뿐이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마음이 비속해진다. **

 

   내가 너를 얻을 때 딱 한 가지 이끌림이

   푸른 하늘 떠도는 구름처럼 망연해졌지만

   고기가 아니라 대나무여서

   육신이야 어찌 되었든 너의 마음씀이고

   마르고 찌는 현장보다는 비루해질까 곤궁했다.

 

   내 지닌 모든 것 다 주어도

   너 하나 지니려 지켜냈다.

   금으로 두른 산성 안 아늑한 경사마다

   서로 다투듯 피워내는 춘란 군락은 누구

   기암괴석으로 물고 드는 계류는 지줄대고

   가는 곳마다 천석泉石을 정신의 대나무로 만드는

   대체 고칠 수 없는 고질병, 산수벽山水癖을

 

** 無肉令人瘦。無竹令人俗 - 고산 윤선도의 『금쇄동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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