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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도리041-桃李

by 나무에게 2013. 12. 23.

도리041-桃李 / 온형근


벽곡 수련에 든다. 연말이라 부산한 틈에 전화를 받는다. 마치 오래전에 예정되어 있는 약조처럼 다가선다. 비용도 있고 일정도 반듯하다.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 다시 전화드린다고 끊었다. 그리곤 달력을 그렸다. 무엇과 겹쳐 있는지를 따진다. 대만 여행이 있고, 근무조가 있고 온라인 연수가 있다. 그 외에는 마땅히 걸릴 것이 없다. 생각한다. 근래에 뒷목이 더 땡기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고 음식을 가리지 않으니 그동안의 수련이 먼나라 이야기처럼 멀다. 슬그머니 자신을 책망하고 있다. 도장에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번복한다. 내년 인사 이동에 도장에 나가지 못하는 것을 핑계삼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걸리는 것은 변함 없다. 일정을 연필로 그려본다. 마음이 일정의 조정으로 기운다. 대만 여행비를 수련비에 보태면 보다 수월할 것이다. 근무조도 빈자리에 옮기면 된다. 오늘 접수한 온라인 연수는 한 번 연기하여 실시하면 가능하다. 결정한다. 급격한 결정이지만 이끌리듯 따른다.

다가오는 것은 저절로 온다. 들어 왔다 나가는 것도 그러하다. 품에 있던 새끼도 열린 세계로 나갈 때는 말 한마디 없다. 다만 그러하다는 듯 그러할 뿐이다. 저절로 되어 가는 것은 호불호를 떠나 업이다. 받아들일 것이냐 말 것이냐를 선택하지 않는다. 복사꽃과 오얏꽃은 말이 없어도 그 밑에 저절로 길이 생긴다(桃李不言 下自成蹊)는 말이 있다. 복사꽃과 오얏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으면 꽃이 오라고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저절로 모여들어 그 밑에 길이 생긴다는 것이다. 혜는 좁은길을 말한다. 벽곡 수련에 임하는 것이 그렇다. 도통 기억조차 못했던 남 이야기다. 도력이 깊은 사람이나 한 번씩 해 보는 게 벽곡 수련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멀지만은 않다. 지금까지 해 왔던 수련들이 종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락이 소통되고 특수 능력을 수련한다. 몸 안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알아내고 몸 안의 좋지 않은 것들을 제거하며 재생시키는 것이 그 목적이다.

벽곡 수련 일정을 보면 3일간 야채만 섭취(양배추, 배추(속꼬지), 당근, 고구마, 적채, 사과, 귤, 키위등)한다. 그리고 다시 3일간 물만 섭취한다. 다시 3일간 단식(아무것도 섭취 않음)한다. 이쯤에서 주춤한다. 예삿일은 아니다. 그리고 나서 서서히 6일간 보식(서서히 미음부터 시작하여 세심하게 주의하면서 정상 식사까지 회복)한다. 이 기간 중에는 금연, 금주는 당연하고 자연 환기법, 평형공, 반좌, 묵운오행등 꾸준히 실시한다. 평소에 꾸준히 못했던 수련을 매일 하게 되는 것이다. 원 없이 수련하고 의념을 모으고 설악의 기운과 소통하는 일이다. 오전 6시에 기상하여 1시간 30분 평형공을 하고 이어서 9시까지 반좌 수련을 한다. 도장에서는 1시간 정도씩 하던 것을 1시간 30분씩 한다. 그리고 조반 후 10시부터 자연환기법을 수행하고 11시에 오시공을 한다. 그리고 오후 1시부터 5시간 동안 자연환기법이다. 설악의 기운과 함께 하는 시간이다. 석식 후 바로 2시간 정도 잠을 자고 오후 9시에 다시 야외수련을 한다. 평형공을 위주로 1시간 30분 소요한다. 다시 밤 10시 30분에 자시공에 든다.

배고프지는 않겠지만, 먹고 싶은 욕심은 어찌 해야 할지 생각하니 미리 배고프고 부족하며 허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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