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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돌출039-突出

by 나무에게 2013. 12. 23.

돌출039-突出 / 온형근


오랜만이다. 마치 내 자신을 만나는 기분이다. 살면서 겪게 되는 일들 모두에게 편지를 쓰는 중이다. 어쩌랴. 예상과 미래는 친하지만 겪게 되는 현실은 파격적인 행보를 한다. 돌출이란 말이 있다. 갑자기 부딪치듯 쑥 나온다는 말이다. 특성은 갑자기다. 별안간이다. 그런데 불거져 있다는 말이다. 불거지다라는 말은 어떤 것이 속에 숨어 있다가 드러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돌출이란 업과 이웃하는 뜻을 지녔다. 전생의 악행 또는 선행이 지금 그대로 나타나듯 돌출은 지은 업에 따라 생겨 나오는 업장과 같다. 그래서 죄는 지은대로, 공은 쌓는대로 간다고 한다. 어머님 말씀이다. 양말 속 발가락이 삐죽 나오는 일, 마음 속 섭섭함이 입으로 터져 나오는 일, 미움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로 다가가는 일, 있는 그대로 나 아닌 생각과 언행을 받아 주지 않고 고깝게 대하다 되돌아 꽂히는 일 모두에게 너그러워야 한다. 내 모자람이 넘쳐 시비를 가리고 시비를 거는 일이 생긴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이어야 한다. 목숨 걸 일을 맺지 않는다. 햇살이 들면 그늘도 든다. 여기까지만 끄덕여도 돌출을 재울 수 있다. 다만 햇살과 그늘 모두 태양이 있어 만들어지는 것을 그윽하게 가슴 열어 인지하는 것이 멀 뿐이다. 이 또한 내가 살아 있어 지니게 되는 업이라는 생각까지 이르러야 할 텐데. 그러기에는 아직 감정이 뜨겁다. 그래서 데이고 상처가 덧나고 덧난 곳은 추해진다. 살면서 겪게 되는 일들 모두에게 손을 내민다. 미안하다 내가 살아 있음이라. 목숨이라는 것이 그렇다. 살아있거나 돌아가거나 모두 목숨이란 이름을 지닌다. 그러니 말꼬리 잡으며 샤프하다는 것이 얼마나 우습겠나. 날카롭다는 것은 그렇다.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내가 날카로워지면 그 날카로움이 세상을 횡행하다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 그게 업이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요즘 내가 부쩍 흠뻑 빠져 있는 말이 날카로움에 관한 말이다. 좌기예挫其銳하여 해기분解其紛하고 화기광和其光하여 동기진同其塵한다.는 말이다. 날카로움을 꺾어 분분한 어지러움을 풀고, 빛을 부드럽게 감추어 티끌과 함께 한다. 그러니까 낮은데로 임하라는 말이다. 먼지와 함께 하는데 무슨 찬란한 햇빛까지 필요하겠는가. 어지러움을 풀어내는데 무슨 날카로운 도구까지 필요하겠는가. 살면서 겪게 되는 일들 모두에게 어서오십시오. 라고 인사한다. 인연에 따라 흐르고 멈추고 떠날 뿐이다. 그러니 생 지 랄하는 일을 경계할 것이다. 우습지 않은가. 하찮다 생각지 않는가. 아주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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