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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유지038-維持

by 나무에게 2013. 12. 23.

유지038-維持 / 온형근


몸둘 바를 모르겠다. 라고 생각하다가 낯설어진다. 관계는 유지하는 것이다. 유지하지 않는다면 관계가 아니다. 유지維持는 밧줄로 메고 지닌다는 말이다. 형태가 있는 구체적 물상이다. 유지의 반대말은 중단이다. 그만두는 것이다. 끊는 것이다. 계속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형태가 있는 것이기에 메고 지녀야 하며 계속해야 한다. 형태가 없다면 어떠한가. 가령 마음에 두고 있는 것들은 형태가 있는 것인가. 그냥 마음으로 관계를 지속할 수는 없는가. 꼭 전화를 하고 찾아가고 대소사를 챙겨야만 관계가 형성되는 것일까. 인연이 닿으면 인연이 닿는 대로 흐르고 인연이 멀어지면 멀어지는 곳에서 인연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아침에 서둘러 전화 한다. 몸둘 바를 모르겠고 낯설다. 내신을 냈습니다. 어디로. 용인으로 냈습니다. 그런데 내신교과 임업, 후임교과 임업입니다. 임업교과로 내신 낸 사람은 없어요. 다만 작업팀에서 식물자원쩜조경과 임업이 그 성격상 같은 교과 자격증임을 인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선행교과가 임업이고 그 후에 어떤 필요에 의해서 식물자원쩜조경이 생겼으니까요. 어떤 필요라는 것은 인사 작업시 폭넓은 선택을 하기 위한 행정적 절차와 장치였으니까요. 오늘 사람을 만나는 데 그 이야기를 해 두지. 100%는 믿지 말어. 그쪽은 잘 아시는 분입니까. 난 그를 잘 몰라. 하여간 알았어. 몸둘 바를 모르던 나는 그제서야 자리에 앉는다. 인연대로 가야지 뭐. 안하던 짓거리를 하면 늘 몸 가누기 힘들다. 잘한 것이라고 자찬한다. 그런데도 영 불편하다. 관계라는 것은 유지와 동의어인가. 형태가 없이 마음으로 맺은 관계는 뜬 구름인가. 마음과 구름은 출몰이 자재自在로워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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