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무와함께

가족036-家族

by 나무에게 2013. 12. 23.

가족036-家族 / 온형근


수련은 가족을 느끼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도반으로 시작하였으나 가족으로 자리매김해진다. 그럴까하는 의아심과 불성실과 술, 담배...그러면서 자연히 수련 지진생으로의 벅찬 과정이 이어졌다. 가장 큰 결손은 백일 축기 후반기에서 시작된 새로운 상황들이다. 개인적, 심리적 변화의 과정이 직장에서 결심을 굳혀야 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또 하나의 삶의 형태를 지녀야 했다. 그러면서 노골적인 욕심의 형태를 굳힌다. 노골적이어서 욕심의 질량이 줄어든다. 내친김에 속진스러운 일에 거리낌 없이 나출裸出시킨다. 애시당초 이러저러한 출발의 변이 따로 있던 것이 아닐진대, 화기광和其光 동기진同其塵이다. 노자의 깊은 마음이 곡진하게 전해진다.

소주천 파티를 하면서 도반들의 정겨움을 느낀다. 심교수님과 박 도반까지 참석한 날이었기에 그랬을까. 국화의 꽃과 기품이 화기和氣로 다가왔기 때문일까. 막연히 낯설고 오래도록 수련의 도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설악산과 지리산 산행 수련이 내 일정과 어우러지지 않아 인간적으로 가까이 서로를 대할 수 없었던 것도 한 몫 한다. 산행 수련만 함께 할 수 있었다면, 그리고 간간이 이어지는 근교 야외 수련에도 참석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다. 더군다나 내년부터는 수련에 참석하기조차 어려워지는 것은 아닐까. 그럴 경우를 대비하여 이번 겨울방학 때는 용맹정진해야 한다.

책으로 보면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계가 분명하다. 다만 반복적이고 깊은 신뢰로서 수련을 익히다 더러 궁금한 부분을 책에서 찾아 보충하는 것이 마땅하다. 도반들이 가족처럼 정겹게 느껴지던 때도 수련에 대한 자기 소회를 이야기 할 때였다. 어쩌면 내가 백일축기라고 하여 유난히 말을 삼가고 있는지 모른다. 도반에서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니 같은 고민과 과정에서 서성이며 애썼을 수련의 많은 것들이 모두 정중해진다. 그러나 특정 목표를 지니지 않는다. 흐르는 대로 갈 것이다. 이 또한 생각의 인연이 새로 피어오르는 여정일 것이다. 사람과 사람만이 인연은 아니다. 생각과 생각으로 이어지는 모든 맺고 끊음 역시 인연이다. 가족家族은 한 집 족속이다. 족속이라는 말의 천박함에 매료된다.

'::나무와함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지038-維持  (0) 2013.12.23
한계037-限界  (0) 2013.12.23
안분035-安分  (0) 2013.12.23
업장032-業障   (0) 2013.12.23
인연034-因緣   (0) 2013.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