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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업장032-業障

by 나무에게 2013. 12. 23.

업장032-業障 / 온형근


인연법이나 업장이라는 말은 상통한다. 지켜봐야 한다. 어떻게 만들어졌고 세상에 나왔으며 어떤 경로로 나와 맞닥뜨렸는가를 오래도록 관찰한다. 잘난 사람을 시기하는 순간 업장이 태어난다. 나는 못났다고 자위하는 순간 또한 업장이 머문다. 노자에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라는 말이 있다. 모든 공이나 이룸에는 특별히 머무는 것이 아니다. 머물게 하고 손에 쥐게 하는 게 공이나 이룸이 아니라는 것이다. 철저하게 털어내야 할 것이 공과 이룸이라는 괴물이다. 시기하고 못나 하고 하는 것도 공과 다름 아니다. 털어내야 할 것들이다.

유형과 무형의 업장이 쌓이는 게 삶이다. 살아가는 일이 이를 씻어내는 일의 연속이다. 내가 화를 참지 못하고, 어느 순간 악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그리고 모든 사람을 부처를 대하듯 하지 않을 때...그때마다 업장을 쌓여간다. 얼굴에 긴장을 풀고 환한 미소를 지닌다. 혀를 입천정에 말아 올리고 말을 삼간다. 업장을 씻어 내다 한 순간 허물어내는 일에 직면하지 않아야 한다. 그만큼 나를 깊게 바라보아야 한다. 경계하여야 한다. 마음의 흐름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자제한다.

애쓰되 애쓴만큼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 주며 그 애쓴 일 자체에서 물러난다. 까마득히 잊고 만다. 기억력이 망가져도 괜찮다. 쓸데없는 일 많이 기억하는 것 보다는 버려서 아예 한 줄도 남겨 두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인터넷 메일을 열지 않는다. 컴퓨터 앞에 앉는 일을 최소화한다. 모르는 전화번호가 찍히면 통화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전화로 메일을 보라 하면 연다. 캐드나 실용적 업무 외에는 컴퓨터 앞에서 멀어진다. 문자로 자신을 밝히고 용무를 남기면 전화를 받는다. 최근에 달라진 내용들이다. 물론 느낌이 달라 붙는 경우에는 느낌에 따른다. 업장이 될 인연이 아직 너무 많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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