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군데 글씨를 써서 붙였더니, 분재 전시장에서도 써달라 한다. 쓰고 나니 분재라는 말보다 전시라는 말에 더 힘이 들어간 듯 하다. 분재를 한자를 쓰면 좀 어떨까 싶다가 그냥 한글로 마감한다. '분'의 'ㅂ'에서 약간 기울게 쓰면서 오른쪽 세로획을 높이 올렸다가 내려오려고 했는데, 결국 왼쪽 세로획과 비슷하게 되고 만다. 여기서 조금 파격을 생각했는데, 분이라는 안정감에 글자가 튀지 못하였나보다. 중성 'ㅜ'에서도 소극적이 되었고, 종성 'ㄴ'에서 역시 움추려 들었다. '재'에서는 초성 'ㅈ'이 시원스럽게 잘 빠졌음에도 'ㅐ'에서 역시 세로 첫 획이 힘을 뻗지 못한 채, 세로 나중 획을 힘있게 왼쪽으로 굽으면서 뽑아냈다. 그나마 여기서 힘을 얻은 셈이다. '전시'라는 글자는 순전히 'ㅐ'의 두번째 세로획의 힘찬 뻗침에 힘입은 바 크다. 마지막 글자인 '시'에서 초성 'ㅅ'의 갈필 효과 역시 마음에 든다. 매우 빠른 필치를 보여주고 있다. 나름대로 폼나는 글자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