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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불끈 불끈 치밀어 올라

by 나무에게 2013. 12. 23.

불끈 불끈 치밀어 올라

불끈거리지 말고 조근조근 말해야 할 것을, '알잖아, 어떤 일인지..'라는 말에 '알면서 그렇게 모른척 했어?'라고 말하면 될 것을. 그때 참 도움커녕 속터질 정도로 딴 세계에 있던 사람들. 서열을 매기라면 앞을 다툴 사람들. 그때도 참았고 세월도 변해서 잊혀지고 말았겠지 했던 것들이. 어쩜 그 자리, 그 상황에서 울컥 치밀었을까? 그 익숙한 '수법'에 역겨웠을 것이야. 좀 수법을 발전시켜 내가 눈치채지 않게 하면 좋을 것을. 아직도 '수법'이 변한 게 없네.

나 역시 세련과는 동떨어져 있었네. 이제는 그딴 것에서 멀어져 있을만도 했었는데. 변절자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누가 누구의 변절인지 대상을 인식시킬 자신이 없었어. 그냥 살아가는 것이겠지. 누군가의 근처에서 서성대다가 조금 마음 맞는 사람 만나면 좋다고 새벽을 치겠지. 어제처럼 금방 9시가 되고, 이내 11시가 되고, 조금 열 받거나 감이 오면 곧 새벽 3시가 되는 그런 독수리 5형제의 생활, 나도 오랜만에 해 본 셈이네.

아무리 다급해도 딴 세상, 나는 잘 모른다고 말하면 그만이었던. 정말 그러려니 했었지만 아니었어. 사람이 바뀌니까 요지부동이라고 스스로를 몰고 갔던 그 사람이 바뀌어 있는거야. 물론 그럴 수 있지. 얼마든지 그럴 수 있기에 그 사실에 대하여 왈가왈부한 적 또한 없었어. 그런데 어제 '형도 실과부장 해봐서 알잖아. 얼마나 힘든지.'하는 대사 나는 그동안의 그 많은 의혹과 미혹 같은 것이 확연하게 드러나면서 머리가 뻥 뚫리는 것 같은거야. 내가 힘들었던 것은 바로 당신들 같이 비협조적이었고 딴짓으로 일관하는 '수법'이었어.

그게 통했던 시절이었는지도 모르지. 'ㅈ ㅈ ㅇ'은 나를 믿는다고 했고, 내게 맡겨 놓고는 병원을 다녔었지. 나는 내게 부여된 일을 책임감을 가지고 추진해야 했고, 그 와중에서 일 하는 사람들의 세세한 부분을 체크해 주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하였을 뿐이지. 능력이 아니라, 궁리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을 접어가며 가능한 일의 과정이 제대로 돌아가기를 희망했을 뿐이야. 직장에, 직업에 몰입하는 최소한의 어떤 궁리보다는 개인의 생각을 지켜내며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어. 아마 어떤 과도기였는지도 모르지. 그들은 그 시기를 그렇게 나름대로 잘 버텨냈던 것이야.

내가 뭔가를 하다가 고사한 것은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사람들과 대등한 관심으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그렇게 그만두고 같은 눈높이로 대해보면, 거기에서도 또 다른 상실감을 보았지. 도저히 갭을 줄이기 힘든 농업교육관 같은 것이었고, 방식이었던 것이었어. 그리고 사회 역시 춘추전국시대처럼 지켜야 할 어떤 '정신'이나 '혼' 같은 것이 씻겨지고 있었지. 푸닥거리를 하던 시대처럼 여겨졌고 기실 이런 저런 실험들이 시작되었지. 한 사람이 실험을 위하여 온갖 궁리를 끄집어내고 나머지 많은 사람들은 그 한 사람을 존경하면 되었던 참 기이한 시대가 시작되었던 것이지. 그러니 아무 생각을 하면 안되는 것이야. 생각하는 사람은 한 사람만 있으면 되고, 나머지는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이야. 그러니까 복제인간들이 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지.

그렇게 복제인간처럼 무뇌아처럼 살다가 해방이 된거야. 그러니 이제는 그동안의 경험을 벗삼아 뭔가를 생각해내야 하는 것이야. 아니지 또 한 사람만 생각하고 나머지는 '나를 따라라'라는 형편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 밤이 새도록 이슬이 마르는 시간들이 지나가면 말이야. 궁리하지 않는 생활 속에 변하는 것은 없어. 자기가 해온 일을 되풀이하면서 공적처럼 공치사하는 것 또한 무의미해. 지나간 날은 느낌으로 남고, 오늘과 내일의 희망을 읽어내는 습관, 그것이 궁리의 원천인 것이야. '해봐서 알잖아?'가 아니라 '그때는 몰랐어, 미안해.'가 바른 표현인 것이지. 그래야 바닥이 보이지 않고 '수법'의 동일성이 들키지 않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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