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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일망무제一望無際

by 나무에게 2013. 12. 23.

일망무제一望無際

백운산 바위에 오르니 그대로 그대로였다.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저 아득하다는 생각만 든다. 수종사가 그랬고, 부석사가 그랬다. 일망무제라고 자꾸 되뇌여 본다. 7월이 끝나는 즈음에 산딸나무의 꽃이 막 시들고 있으니 바위 아래는 고산성을 지닌 미기후를 지녔다. 좌정을 하니 사방에서 따사로운 기운들이 바위로 몰려든다. 알고 있었을까. 이곳에서 왜 사람들이 모여들 앉아 이야기를 꽃 피우고, 가져온 것들을 풀어 놓고 행복해 하는지를. 이곳의 행복한 기운은 사방에서 보내오는 좋은 기운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은은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따뜻한 아랫목에 허리를 지지는 듯한 그런 기운이 이곳에 있다. 바람이 불어와도 비가 몰아쳐도 그곳의 일망무제는 그래서 탁하지 않다. 아주 먼 곳까지 따뜻한 시선을 가질 수 있는 풍경을 지닌 곳 그곳에서 나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오늘 또한 그곳을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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