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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누에

by 나무에게 2013. 12. 23.

누에

깨끗하다는 말만 들었다. 처음에 뽕나무인 줄 알고 따다 주었더니 먹지 않는다. 가만히 생각하니 뽕나무과에 속하는 닥나무였다. 다시 뽕나무잎을 따다 먹인다. 그제서야 사각거리는 소리가 난다. 마치 고욤차를 즐겨 마시는 나와 누에가 같다. 나 역시 이제는 다른 차는 버리고 싶을 정도이다. 고욤순잎차에 매료된다. 누에는 뽕잎만 먹는다. 제 분수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되기도 하고, 순진하고 명료한 자기 길을 걷는다는 말도 된다.

사는 게 덧없다는 생각으로 만족스러워진다.
내 안의 부처를 잃고
헤메는 중생이면
나와 잘 어울릴 것이라고 여긴다.

내가 누에고 누에가 나인,
물아일체의 세계에서 머뭇댄다. 누에여서 한끗 더 깨끗해진 느낌이다. 누에를 손으로 잡는다. 물컹 누에의 세계에서 마음껏 잔상을 다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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