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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사라지는 것들의 기록

by 나무에게 2013. 12. 24.

 

 

 

오래된 밭을 정리한다. 왼쪽 한 켠에 아이들이 햇살을 쬐고 있었다. 나는 그 밭에서 풀을 뽑고 주말을 보내고 있다. 이곳에서 마쳤으면 그만일 것을, 다시 시골로 들어가 3년을 더 살게 된다. 이 밭이 사라졌다. 쓸 만한 나무를 모두 가져가라고 했다. 그리고 밭을 비워주는 조건이다. 그 사이에 밭을 가로질러 새로운 길이 생겼고, 밭을 에워싸고 있던 산이 깎였다. 할머니 한 분이 매일 같이 나와서 밭을 다듬었는데, 그 쪽은 하우스로 집을 짓고 다른 사람이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 그 할머니도 유명을 달리하였나보다.

사라지는 것들을 기록하는 것은 기억 속의 불충분한 먼지를 위해서 일 것이다. 입체로 서 있던 나무들이 사라지면 그곳은 다시 평면이 된다. 밭주인에게 전화하여 비웠노라고 말한다. 시큰둥하다. 몇 번 밭을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내게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땅 주인에게 넘긴다. 오고 가면서 계속 이쪽을 본다. 아직 빈밭이다. 보면서 옛모습이 지워진다. 그래서 오늘 이 사진을 찾아 다시 본다. 내친김에 사라지기 전의 모습에서 내가 엉금거리며 풀을 뽑던 15년전을 되돌아 본다. 이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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