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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서울숲 로고 회양목

by 나무에게 2013. 12. 24.

서울숲 로고 회양목 / 온형근




회양목을 도시 조경에 많이 이용하는 회사는 이원조경일 것이다. 그의 조경 형식은 회양목이 없다면 어떻게 유지하였을까를 걱정하게 할 정도다. 리기다소나무와 회양목을 도시 오피스빌딩 조경에 반영하여 단순하면서 통일성을 획득하는 선명한 여운을 남긴다. 그 발상의 억지에는 [그러면 도시의 정형화된 건물과 공간에 어떤 나무가 어울리겠느냐? 말해보라.] 라는 도전적인 실용주의가 깔렸다. 많은 경우, 정원이나 오피스빌딩 조경 또는 근린공원을 보면 표현하고자는 의도가 숨겨진 채 복잡성을 띠는 데 반해, 단순하게 리기다소나무의 수직성을 활용하면서 식재할 때는 부등변삼각형 식재법을 준용한다. 이른바 자연식 식재 패턴을 정형식 식재 패턴에 어울리는 나무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발상을 살짝 뒤집은 것이다. 어떤 정해진 이론과 방법에 매달리는 게 아니라, 내가 지닌 여러 이론과 방법을 추리고 또 추리면 리기다소나무와 회양목만으로도 작품성을 획득할 수 있다. 리기다소나무의 수직성을 바라보다 고개를 숙이면 그 바닥에 빽빽하게 양탄자처럼 회양목이 심겨져 있다. 회양목을 마치 들어부은 것처럼 배식한다. 조선일보사 사옥 전면부(1986)와 서울 파이낸스센터(2000)가 그렇다. 보는 정원으로의 깔끔함을 기반으로 단정하기 이를 데 없다. 마치 잘 차려입은 20대 초반의 정장 직장 여성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회양목은 이처럼 양탄자 역할 식재도 가능하지만, 문양 식재도 즐겨 사용하는 것이다. 서울숲 로고 글자를 확대하여 땅에 그려 놓고 그 위를 회양목이 따라가면서 심겨졌다. 좋은 글자에 회양목 본래의 성질이 잘 대변되는 것 같다. 만약 글자가 각지고 굵직하였다면 회양목의 부드러운 성질을 제대로 표현해낼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회양목의 부드러움이 글자의 로고 덕분에 더욱 살아난다. 만약 봄이 시작되어 무르익어 가는 즈음이었다면 회양목의 선명한 녹색과 꽃 필 때의 벌떼들까지, 굉장한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할 것이다. 리기다소나무와 회양목의 푸름의 잔치, 수직성과 수평성이 함께 주는 시선의 편안함이 하나의 패턴으로 자리 잡는다. 각각이고 개별적인 개체들이 어떤 형식을 지니는 순간, 순식간에 뭔가가 제 생명을 지니고 만들어진다. 그 맛을 아는 것, 그것이 창작 행위의 근원일 것이다.


계간 다시올문학 2008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