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계를 비질하다
온형근
출몰 시간을 따져 보았으나 미궁이다.
어디서 나타났을지
빗자루는 싸리나무여서 불타는 화력으로 날아다닐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상체만 숙인 체 힘찬 비질이었을
산길 가장자리로 선명하게 긁은 빗자루 자국이 여울 물결
신선이 선계를 비질할 때는
인시寅時
산짐승도 사람의 흔적도 없어
산길을 수놓는 싸리비의 넘실댐이 엿보이지 않는 아득한 시간
자유자재로 유영하는 그의 득도는
산길을 거닐며 가꾸는 정화의 맨발
빗자루로 산길을 쓴다는 것이
그의 초월이 욕망을 벗어나 그저 그런 것임을 즐기는 모습
2024.03.14 - [::신작시::/조원동 원림] - 큰오색딱따구리
2024.03.14 - [::신작시::/조원동 원림] - 가느라 휘젓는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