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오색딱따구리
온형근
봄은 어느 날 쓰윽 찾아오는 것
이라면 낭만 넘치는 언사였을까
아니더라, 옆집 아저씨 건넛마을 아줌마, 언필칭 젊은것들이 노인네라 부르던 삼인칭 객관화에 제 부모 호칭까지 물들었을 때, 쯤이면 요단강이 보이고 북망산 근처에 내몰린 게다. 피었으니 지고 그 자리 내주는 봄은 꾸역꾸역 두런거림으로 움찔대며 큰오색딱따구리 기척으로 퍼뜩 봄이라 알아차린다.
라고, 기어코 오고 말았구나 얄궂은 봄,
어찌 겨우내 기척도 없이 원림을 잊더니
내원재 입구 올라서자마자 반기는 게
너뿐이랴, 붉은머리오목눈이까지 얕게 찢으며 반긴다.
-2024년 다시올문학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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