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듬지

 

우듬지

온형근

 

 

 

   상수리나무 우듬지는 바람으로 성장하고 몸살 한다. 오솔길에 몸져누운 초단부 잎사귀는 꺾이기 쉬웠던 마디에서 뭉친 채 기울어 뒹군다. 말라 오그라든 잎에서 방금 떨어진 잎새까지 지상에서의 소소한 연륜을 증명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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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도 오므라지면서 말라가는 것

   윤기 줄고 말수 끊기는 것

   예상치 않은 험한 일에 놀라

   가슴 철렁 내려앉고

   언덕과 내리막에서 여러 번 접질리고

   마른다는 게 바람이고

   바람이 숨이고 명줄이어서

   그예 실려 살고 지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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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대기에서 떨어져 지상에서 잠깐 여위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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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듬지」, 『다시올문학』, 2022년 여름호(통권 52호), 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