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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유현재幽玄岾

by 나무에게 2024. 1. 14.

유현재幽玄岾

온형근

 

 

 

   바람길이었던 그의 고개는 달름하다.

   호수에서 산 쪽 바라보매 세 번 굴절되어

   마지막 고갯길은 아득한 듯 숲이다.

   하나를 후미지게 길이로 끌러 두더니

   두 번째 고개를 두둑 쌓듯 가로지른다.

   도톰하게 포갠 입술 속이 그윽하다.

   무릇 보이는 것에 마음이 다가서듯

   깊고 그윽한 지경에 닿는 것은

   고갯길이 아니라 속내를 부르는 풍치여서

   절로 흥 불러내는 아름다운 지경이라

   드러내는 너와 보고 있는 내가 낳은 풍경이

   꺾어 도는 고갯길의 유현幽玄을 짓는다.

   -「유현재幽玄岾」, 『다시올문학』, 2022년 여름호(통권 52호), 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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