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무와함께

소나무 살리기

by 나무에게 2013. 12. 24.

소나무로 만든 조형 반송이 스카이라인이 나오지 않아, 작년 가을에 과도한 전정을 하였다. 처음에는 순과 가지를 보면서 전정을 하다가 주어진 시간에 마치기 위하여 반송의 둥근 선이 나오도록 강행했던 것이 이 봄, 소나무의 죽은 잎이 보기 싫게 나무를 덮고 있다. 오고 가면서 자꾸 걸린다.

우선 마른 가지를 잘라야 한다. 여러 모색을 하다, 오늘은 마른 잎이라도 털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달려들었다. 마른 잎이 새로 싹 터 오르는 소나무 순을 가리고 있다. 광합성이라도 도와 주면 훨씬 나은 생육이 이루어 질 것이다. 그래도 힘들면 광합성이 줄어든 만큼의 뿌리 흡수력도 떨어졌을 것이기 때문에 뿌리를 끊어 주는 단근 작업을 고려하고 있다.

며칠 더 기다려 보기로 한다. 잎을 털어 내니 군데 군데 튀어 나오는 소나무 새순에 의해 전체가 노랗게 말라 버린 색으로 보이던 나무가 푸른 색을 띠고 있다. 멀리서 보니 살아있음의 흔적이 드러난다. 손에 잔뜩 묻은 송진을 비누로 씻어내고 옷에 묻었을 마른 잎을 치운다. 손을 씻으면서 조금 더 기다리기로 한다. 아무래도 과도한 전정에 의해 다른 소나무보다 새싹이 늦을 것이다.

광합성은 매우 중요하다. 새로 나오는 잎을 위하여 필요 없이 달려 있는 묵은 잎이며 말라 죽은 잎을 털어낸 것이다. 이제 햇빛은 가려지지 않은 채 직접 새싹으로 닿을 것이다. 새싹의 성장 속도가 빨라질 때쯤이면 전체의 푸른 기운도 훨씬 강화될 것이다. 두고 관찰하기로 한다. 노회한 잎보다는 서툴지만 새로 나온 잎에 기대를 건다. 오래된 잎을 털어 내는 일은 인위적이었지만, 새로 나온 잎에게는 복음이다. 가끔 이렇게 옛 것과 새 것을 맞바꾸는 일도 있어야 한다.

'::나무와함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 예술과 조경이야기  (0) 2013.12.24
알락하늘소 피해  (0) 2013.12.24
매화나무를 분뜨다  (0) 2013.12.24
왕벚나무 교체 식재  (0) 2013.12.24
조경을 위한 행보  (0) 201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