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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왕벚나무 교체 식재

by 나무에게 2013. 12. 24.

'꽃이 피는 교정'이라는 타이틀로 협농 양계장 울타리 주변의 핀오크 10주를 캐고 육가공실 주변 중국단풍나무 20주를 굴취 판매하였다. 이 과정에서 업자와 협의하기를 캐논 자리에 왕벚나무를 교체 식재하여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문서로 남기기로 하고 확인서 양식을 만들어 결재 전에 업자의 확인을 받았다. 이게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가나 했더니 입금하고 나무 빼간 날 전화 연결이 안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다음 날 내가 전화하기 시작하였고, 음성을 남겼다. 자기 볼 일만 보고 사라졌다는 생각에 화난 음성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어찌 연결이 되어 혼을 냈다.

그러면서도 오후 1시까지 나무가 들어온다더니 오지 않고, 오후 5시에 들어오겠다고 하여 그럼 내일 아침 들어오게 하라고 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인 오늘도 아무 소식이 없다. 우여곡절 끝에 만나 심을 곳과 일 한 흔적을 없애라는 요구를 전했다. 나는 곡괭이를 찾아 운동장 옆 보도에 포장된 소형고압블록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90미터의 길이를 가진 이 1미터 가까운 폭을 가로수 겸, 꽃나무 겸, 녹음수로 왕벚나무를 활용하기 위함이다.

처음에는 6미터 간격으로 15주를 심으려고 했다. 그런데 규격이 5-6점 짜리이기 때문에 초기 조경 효과가 없을 것 같다는 우려를 고려해서 3미터 간격으로 식재하기로 한다. 줄자로 3미터 간격을 만들어 곡괭이로 가장자리 블록부터 들어내면서 걷었다. 블록으로 5조 간격을 들어냈다. 그랬더니 블록의 갯수는 50매가 된다. 나무를 심을 곳이다. 가로 1미터 10, 세로 1미터 16의 면적이 만들어졌다. 다음부터는 블록의 간격 갯수를 확인하였다. 9조 간격을 띄우고 거기서 다시 5조의 블록을 파낸다. 이렇게 만든 식재지가 28개가 나왔다. 그러니까 벽돌 숫자는 50매*28군데=1400매가 된다. 왕벚나무 28주를 식재하게 되는 것이다.

왕벚나무를 심고, 황금측백을 모두 심는 것으로 오늘의 할 일을 마치면 되겠다. 거친 바깥 살 속에 보드라운 속살이 있는 토양에게서 많은 배움을 지닌다. 그 속살을 위하여 겉살을 걷어 내는 수고로움은 내 몫이다. 어서 봄 햇살로 나서야한다. 혀로 입술 가장자리를 훔치는데 흥건히 짜다. 얼굴 전체 땀으로 코팅된 셈이다. 모자를 벗을 수 없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때문이 아니다. 모자가 쥐고 있는 땀의 양을 무시할 수 없다. 그대로 댐처럼 몰려 있다가 증발되게끔 한다. 저절로 말리면 된다. 또 나서야 한다. 내 장화가 저만치서 입구를 널름거리며 유혹한다. 어서 발을 집어 넣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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