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서재에서 우암을 만나다
온형근
날이 쌀쌀해지니 깐깐했던 어른이 그립다.
한번 마음먹으면 절대로 화두를 놓지 않는다.
요즘처럼 시도 때도 없는 말 바꾸기 놀이에 진절머리 난다.
꼬장꼬장하여 시종일관하는 어른은 다 어디 있는가.
이럴 때면 우암 송시열이 떠오른다.
조원동 원림을 미음완보하다가
갑자기 겨울 초입의 화양구곡이 보고싶다.
귀마개와 목도리, 장갑을 챙긴다.
계곡 바람이 진세의 발열을 쓸어 내린다.
차가운 물기가 얼굴을 때리며 깊은 숨을 낸다.
계곡의 바람은 싸늘하게 젖은 겨울 물살을 간질거린다.
차갑게 언 볼을 이즈러지듯 씰룩이며
나도 파문으로 젖고 싶다.
우암은 화양구곡을 경영하면서 누구를 용서하였을까?
결국 자신을 궁극의 수양 대상으로 삼았을 것이다.
암서재를 거점으로 삼아
계절을 달리하며 구곡을 풍경으로 체화한다.
깐깐함과 꼬장꼬장이
화양구곡의 풍광에 절어 깊은 풍미로 숙성한다.
그의 초상화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