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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화성을 걷는다

by 나무에게 2024. 3. 5.

화성을 걷는다

 
 
온형근



   북서포루에 엄청난 비둘기, 비둘기, 떼로 난다.
   북서포루 지붕 위로 난 씀바귀 꽃

   어쩌다 넓은 공원에 심어진 띠는
   잡초에 짓눌려 어울림의 경지에 이른다.
   띠와 잡초의 환상적인 점령

   띠는 군사용으로 불지를 수 있어 유용하다는데
   관상용 띠조차 비에 쓸린 흔적, 깊은 골이 파졌네
   얼굴 긁힌 채 보기 사나운 흉터의 몰골

   팔달산 경계 능선 따라 어긋나게 걷다가 만난,
   화양루에는 곱게 나이 먹은 여자들이 신발 벗고 도시락까지 싸 들고 앉아
   화투를 바라보는 얼굴 표정이 행복하다.
   이 신발이 저 신발을 참담하게 기약없이 바라본다.

   지동시장 언덕 다시 이어지는 왼쪽으로
   개망초꽃이 흐드러져
   동남각루 마루식 목조가 요새가 된다.
   동남각루에 오르면 위풍당당한
   교회 건물 자체가 스카이라인일 때
   바람은 시야를 가리며 원려한 암시를 남긴다.
 
   팔달산은 지동 시장을 만나야 활기차다.
   시장 입구의 할머니는 돗자리 말아 이고 긴 길을 따라 걷는다.
   이 근처일 그의 집이 궁금해진다.
   개방된 정자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쾌활한 바람을 영접한다.
   봉돈에서 청청하늘의 늘찍함에 다가선다.

   멀리 푸른 잔디로 눈매 선한 활터가 보인다.
   오가는 이들의 가려진 이어폰에 성곽의 야트막한 소리는 묻혔으나
   귀로 들리는 음악 소리도 화성의 풍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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