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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원색과 살풋함

by 나무에게 2013. 12. 24.

코스모스와 함께 피어 있는 진한 주황색 꽃이 자꾸 눈에 걸린다. 코스모스는 눈에 익었다. 살풋한 색상이 그래도 봐줄만 하다. 그런데 이 꽃은 진한 원색에 해당되는데, 왠지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함부로 말하기도 그래서 혼자만 속으로 '어 이건 아닌데'로 지날 때마다 가슴에 심어 둔다. 별로 관심 두고 싶지 않은데 색상으로 이목을 잡아 끈다. '멕시코 코스모스'라고도 하는가 본데, 아직 식물 분류학적으로 정확하게 이름에 대한 신뢰가 붙잡히지 않고 있다.

적도 부근의 꽃들은 원색이라도 깊이가 있고 짙은 서정이 있다. 그네들 여성들의 옷에서도 발견된다. 그런데 우린 여전히 원색에 익숙하지 않다. 어머니들은 그렇게 말했다. '미친 년 속옷'같다거나, '무당'집 같다는 말로 진한 원색에 대하여 경계하였다. 어려서 들었던 말이다. 나이론 옷들이 나오고, 은은한 명주나 마나 광목 옷들이 사라지면서 유행했던 옷감, 그리고 그 옷감에 덧칠해진 원색의 급조미에 자연스럽게 합의되어 유통되었던 '미감'이지 않았나 싶다.

지역마다 지역 경관을, 지역의 어메니티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조경적 노력을 한다. 산책, 산행길 주변마다 꽃을 심고 경관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직영하는 게 문제의 시작이다. 애초부터 관리회사를 지정하는 예산 사용이 바람직하다. 구절초 등 자생화를 심어서 조성하는 것까지는 바람직하다. 그런데 여름 장마 전후로 풀을 뽑아 내지 못한다. 결국 뽑긴 하는데, 그 힘든 여정이 속속들이 노출된다. 제 때 뽑지 못하면 몇 배의 힘이 더 든다.  풀들이 경비 들어 심어 둔 꽃들을 가로 막고 만다.

그런데 고생 없이도 절로 피어 하늘 거리는 것들이 있다. 요즘 한강 주변 둔치에서 거의 사계절 가깝게 볼 수 있는 코스모스류이다. 왜 '류'인가 하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코스모스들까지 섞여 있기  때문이다. 내가 요즘 만나면 눈쌀을 찌푸리게 되는 그 꽃도 '멕시코 코스모스류'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외래종들이 들어와 관리 없이도 이 산하를 물들이고 있다. 언젠가는 외래꽃들에 눌려 이 땅의 꽃들은 숨도 제대로 못 쉴 것이다. 살풋한 풍경보다 진하고 천한 풍경들이 아름답다고 우리의 '미감'이 바뀌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봄철, 철쭉들의 원색에 환호하고 있으니, 이미 시작된 것이다. 일본에는 철쭉에 대한 도감만으로 한 권의 책을 이루고 있다. 그만큼 철쭉 품종 개발에 열중이다. 왠만한 조경에 철쭉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 조경회사가 빈약해도 철쭉은 웬만큼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자주 사용하는 조경용 하층식재 소재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왜철쭉이라 통칭하는 영산홍의 일종이다. 사쓰끼, 기리시마, 베니 등, 구별하지 않고 사용한다. 교배한것이다 보니 비슷하고 조경 소재에 사쓰끼니 기리시마니, 베니니 하면 누군가는 매우 힘들것이다.

살풋한 가을에는 살풋한 색상으로 풍경이 순해져야 하지 않을까. 어설픈 원색에 갇혔다 맞이하는 겨울의 풍경을 어찌 감당하려고. 억지로라도 눈길 돌려 가을 하늘에 맡겨야 할 일이다.

 

 

국명 -노랑 코스모스
영명 - Yellow Cosmos, Orange Cosmos
학명 -Cosmos sulphureus Cav.
분류군-국화과
원산지 - 멕시코/ 1년생 초본
1930-1945 년에 한국에 들어왔고 관상용 식물로 재배되고 있으며 일부 일출되어 야생화가 되었다.

*출처...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