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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白藝術

정병례, 화2002_허리를 굽혀 발밑을 살핀다

by 나무에게 2013. 12. 24.

 

 

고암 정병례, 화2002
작품명/사이즈 : 화2002(26*36.5)
내용 : 문자를 보다 상형성을 강조하여 단순 그 자체를 색상의 다채로움으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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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굽혀 발밑을 살핀다]


화和라는 말은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말이다. 볼펜에 글자를 새겨 나누어 준 적이 있다. 그때도 화라는 말을 사용했다. 화기라는 말이 얼마나 훈훈한 말인가. 화기애애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 데, 오히려 화라는 말 하나만으로 더욱 평안함이 깃든다. 벼화자에 입구자를 쓴다. 행복하다는 것은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 풍경일 것이다. 현대인들은 이 단순하고 오래된 유전 인자를 잊고 산다. 제 발밑에 행복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게 가장 어렵다. 허리를 굽혀 발밑을 살핀다. 무엇이 스쳐갔으면 달라붙은 것이 있는지. 진흙길을 걸었는지, 마른 숲을 살폈는지, 젖은 이슬이 가득한지를 살펴볼 일이다. 아름다운 평안함이 깃드는 곳은 제 발밑이다. 자주 뒤집어 그곳에 좋은 기운이 깃들어 있는지를 지그시 눈을 감고 기운을 받아 볼 일이다.

2008. 0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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