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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休林山房

010.통제 범위를 철저하게 고려한 웃지 않아야 하는 수업

by 나무에게 2014. 6. 11.



010.통제 범위를 철저하게 고려한 웃지 않아야 하는 수업  / 온형근

- 마루 운동의 기본 동작 _ 6월11일 체육



마냥 뛰고 달리고 깔깔거리며 신났던

체육 시간, 체육 수업이라 하지 않고 체육 시간이라 불렀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체육관에서 기계 체조에서 하는 마루 운동의 기본 동작을 수업한다. 선생님은 19명의 학생을 7명, 6명, 6명으로 체육관 마루의 매트 위에 대형을 갖춰서 수업을 시작한다. 체육관 스탠드에 환자 7명이 견학 조치로 앉아 있다. 물론 학생의 손에는 필기구, 교재가 없다. 선생님 역시 빈 손에 호르라기만 목에 걸었다. 스트레칭과 맨손 체조로 마루 운동 준비 운동을 한다. 둘러 앉은 학생들에게 스트레칭은 어느 정도가 좋은지를 문답한다. 약간 통증을 느끼는 정도까지가 스트레칭에 좋은 효과라고 한다. 본 수업에 들어 가기 전에 기계 체조의 6가지 종류를 체육관에 설치되어 있는 현 상태에서 학습한다. 학생이 서 있는 곳의 마루, 그 앞으로 전개되는 안마, 평행봉, 철봉, 링, 뜀틀(도마)의 6가지인 것을 알게 된다. 학생들은 구체적으로 실물을 보면서 익힌다. 체육관에 체조부 학생들이 늘 연습을 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학습 효과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육 시간이 아니라 체육 수업의 정교한 교수학습활동이 전개된다. 


대형을 갖추오 오와 열이 순환되는 수업이다.

수시로 조를 재편성한다. 오와 열을 맞추고, 해당 운동을 조별로 실시한다. 그 과정이 매우 자연스럽게 수업으로 녹아든다. 3줄 7~6명씩 앉았다가 한쪽으로 질서 있게 좁혀 앉는다. 오늘 마루 운동 수업은 앞구르기와 뒤로구르기, 그리고 손대고물구나무서기다. 앞구르기를 할 수 있는 학생을 지원하게 하여 시범 수업에 든다. 시범 학생을 선정하여 시키고, 매우 잘한다는 칭찬과 함께 관전하는 학생에게 뭐가 잘되었는지를 묻는다. 학생들 나름대로 생각하는 것을 발표한다. 문답 수업이 활발하고 선생님이 그때마다 이야기를 잘 전개하고 제대로 요약하여 학생이 쉽게 기억할 수 있게 한다. 앞구르기의 요점은 '충격의 분산', '다리 모아주기', '손을 올려 표현하기'로 나누어 설명하고 강조한다. 수업을 함께 참관하는 선생님에게 앞구르기에서 가장 먼저 닿는 신체 부위가 뭔지 아냐고 뜬금없이 질문한다. 학생들이 모두 귀를 쫑긋 세운다. 참관 선생님이 '머리'라고 자신 없이 말하니 수업 선생님은 '손'이라고 대답하여 준다. 다 함께 웃었다. 나중 뒤로구르기 때에도 같은 질문을 했다. 이번에는 어느 부위가 가장 먼저 마루에 닿아야 하는지 묻는다. 동일 참관 선생님은 이번에는 '손'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답은 '엉덩이'였다. 


주변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여 학생의 수업 흥미도를 높인다

선생님은 체육관 수업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다. 세팅 되어 있는 체조 연습 기구를 활용하고, 참관한 선생님에게 질문을 보내, 거꾸로 학생들이 더 촉각을 곤두 세울 수 있게 하는 유연성으로 학생의 수업 흥미도를 한껏 높인다. 선생님의 수업 내용  전체를 아우르면서 자신감 넘치는 학습을 이끌었다. 1시간 수업의 흐름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선생님의 수업은 여유롭다. 따라서 학생마저도 편안해진다. 반대로 그 수업을 통째로 이끌어 내지 못하는 선생님의 수업은 학생 또한 바쁘고 혼란스럽고 불편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체육 수업의 저 완벽할 정도의 장악력을 또 다른 교과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여야 할지를 원용할 필요를 느낀다. 내 수업 교과에 반영한다면 어때야 할까를 고민한다. 일단은 1시간 수업 내용에 대한 선생님의 완벽한 소화와 수업 실행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는 임기응변과 자신감 넘치는 리더십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방점을 찍는다.


안전을 내내 강조하며 철저하게 학생 개별자를 고려

한다. 준비 운동, 앞구르기, 뒤구르기, 손대고물구나무서기, 정리 운동 등으로 이어지는 학생 활동 내내 선생님은 안전과 다친 사람이 있는가를 지나칠 정도로 묻는다. 이미 환자 견학 조치 이후임에도 특정 활동의 시작과 마침에 다친 사람 여부를 확인하다. 형식적인 멘트가 아니라 학생을 일일이 보면서 다칠 수 있는 가능성에 눈길을 준다. 몸치에 가까운 여학생에게도 수시로 다치지 않도록 지도한다. 학생 전체가 선생님의 통제 범위에 놓여 있다. 철저한 통제 범위를 고려하여 수업을 전개한다. 가령 운동 중에 웃지 못하게 하는 지속적인 지도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앞구르기 후 뒤구르기 할 때 자신 없는 여학생은 앞구르기로 대신하라고 한다. 목표에 도달하는 것도 좋지만 부상에 대한 안전을 더 우선시 한다. 매 동작마다 기본적인 동작, 핵심이 되는 역량을 설명한다. 학생은 때로는 2인 1조로, 때로는 7-6-5명으로 마치 카드섹션을 하는 것처럼 대형을 변화시키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평소 수업에서 여러번 반복 숙달 시킨 학습 효과인 것이다. 물구나무서기에서도 삼각형 모양을 강조하고 안정성 확보를 위한 엉덩이와 종아리에 힘을 주는 핵심 역량을  놓치지 않고 설명한다. 물론 학생들이 줄지어 앉아 있을 때다. 정리 운동과 수업의 요약까지 매우 효율적인 역량 높은 수업을 함께 한 기분 좋은 수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