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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休林山房

014. 학습 과독점 학생과 과묵 학생의 시공간적 격차

by 나무에게 2014. 10. 1.

 

 

014. 학습 과독점 학생과 과묵 학생의 시공간적 격차 / 온형근

- 컴퓨터의 활용 : 스프레드 시트_ 10월- 농업정보관리

 

 

학교의 큰 행사를 마치고 돌아서자 마자 준비한 수업 공개였다. 1학기가 지나고 2학기 처음 맞이한 수업이다. 과학관 3층 진로취업부 끝이 교실이다. 교실에 들어가니 책상 1개에 2명의 학생이 30명 앉아 있다. 끝자리에서 선생님의 스크린은 멀고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 학생 모니터와 선생님 스크린이 동시 구현되어 학생의 모니터를 보면서 수업 관찰을 하였다. 교과목은 농업정보관리다. 대상이 2학년 식품생명과 1반 학생들인데, 낯익은 학생이 많다. 좋은 자원이다. 단원은 컴퓨터의 활용인데, 스프레드시트를 학습하는 시간이다. 개인적으로 스프레드시트가 본래의 취지보다는 워드 환경의 영역, 데이타베이스의 영역까지 만능인 것처럼 사용되는 것에 대하여 곱지 않고 있는데다, 나 역시 반대로 스프레드시트가 할 간단한 일들은 데이타베이스로 사용했기에 역시 등가적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내가 사용한 데이타베이스는 주변에 사용하는 사람이 드물지만, 그 프로그램으로 학생 전체를 상대로 하는 현장실습이라든가 연계교육이라든가 진급사정이라든가를 해왔다. 작업은 그것으로 하고 아웃풋 파일은 pdf로 해야 하는 기현상도 있었지만 내겐 30-40대 가장 일 많이 할 때 밤샘 작업 등으로 해왔던 고마운 이웃이다.

 

그래서 여태 스프레드시트를 잘 모른다. 만들어 내지 못한다. 남이 만든 거에 응답하는 정도다. 기왕에 수업에 들어온 김에 학생 옆에서 강의를 들었다. 도입활동이 이루어지고 학습지1이 나누어진다. 학숩지는 '조건부서식'에 관한 학습이다.

백화점을 나열하고 품목으로 양말, 셔츠, 바지, 잠바, 팬티, 반바지, 모자의 가격을 비교한 표였다. 학생들은 주어진 이 표로 영역을 지정하여 조건에 맞는 서식을 만드는 학습이다.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리고는 아 좀 더 세심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미친다. 농업정보관리 교과인데 품목이 좀 바뀌었으면 하는 욕심이다. 품목이 그대로라면 가격도 현실적이었으면 좋겠다. 이왕 학생들이 그 귀한 시간에 몰입하는 것인데, 데이타가 실제적이고 현실적이어서 정보 하나를 더 알게 된다면 그것 또한 살아 있는 좋은 교육이 아닐까 싶다. 가격이 현실적인 데이타, 그리고 농업관련 품목이라는 게 욕심일 것이다. 그러나 직업기초교육을 하는 현장에서 이런 부분을 두고 고민할 필요는 크다. 우리 교육이 실용학문인가 아니면 기능만 익히는 학문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반성이다. 화두이고 가치며 철학이다. 실사구시라는 직업기초교육기관이 가져야 하는 가장 큰 덕목이 아닐까.

 

곧바로 학습지2가 나눠지는데 농정반 채점결과 표를 가지고 보면서 직접 입력하는 것이다. 문서 작성과 아울러 주어진 조건을 만족시키는 과제다. 이때 선생님은 순회지도로 학생의 개별학습을 돕는다. 몇 몇 학습 과독점 학생은 선생님의 지도를 열심히 챙겨 부른다. 반면에 막히는 학생들 몇은 과묵하게 버틴다. 하지도 않고 선생님을 부르지도 않는다. 인원이 많다. 학습 수준이 고르지 않다. 심지어 아예 화면을 다른 곳으로 가서 웹만화를 보는 학생도 있다. 내가 뒤에서 보니까 다시 돌아오긴 했다만, 이 학생 수업 내내 누가 옆에서 손잡아주지 않으면 가만히 앉아 있다. 미리 다한 학생에게 선생님은 학생 상호 교환 학습이 되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역부족이다.

 

학습지3은 사과, 배, 복숭아, 포도, 귤, 감 등의 품목의 가격과 갯수 등을 제시하여 그 표의 빈칸을 완성하는 요구조건에 반응하는 학습이다. 과제 수행을 다한 학생은 손을 들어 선생님에게 점검을 받고, 아직 미완성인 학생에게 배움중심학습이 되도록 유도하였다. 학습의 전이가 되도록 유도하였고, 대부분의 학생이 선생님의 의도에 맞게 활동하였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주어진 시간에 적절한 학습과제를 부여하고 학습 수행 과정이 우수한 학생의 참여도가 높아 매력적이었다. 그러면서 과묵 학생의 자기침체적 활동을 수시로 점검하고 도와줄 협동학습 시스템의 도입은 어려울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바램일 뿐이다. 학생수가 30명이나 되고 책상 배열 등 사실상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협동학습 시스템의 도입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 학습 수준의 정도에 따른 조별 재배치와 진도를 앞서 마치는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을 함께 돕는 시스템은 강구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컴퓨터 수업은 낯설고 가르치는 선생님이 대단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