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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고라니 고속도로 예배

by 나무에게 2013. 12. 23.

고라니 고속도로 예배 / 온형근



고라니 고속도로라고 제목을 정했지요. 시집을 내는 일은 늘 서툴면서 강한 집착이더군요. 해서 되도록이면 내 욕심을 비운 후에 바라보려고 하지요. 그러나 달라붙고 나면 여전히 손질이 갈 수밖에 없더군요. 하나씩 생명력을 지닌 것들이라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어요. 그 중 고라니 고속도로를 대표시로 전면에 배치하였지요. 생태와 생명을 앞세운 것이지요. 두 발을 하늘로 하고 퀭한 시선으로 차에 치여 갓길에 누워 있는 고라니를 보면서 자동차로 대별 되는 이 시대의 질주를 망연히 두려웠습지요. 다시 프린트하여 읽어보겠지요. 그 기분을 이으려고 서둘러 아침 출근길을 나서렵니다. 당분간 나의 기도는 고라니 고속도로일 것이지요. 그리하오. 경배에 나설 참이오. 시집을 내는 행위도 엄정한 일이라고 규정지으렵니다. 내 스스로 만들어 내는 일로 이 겨울이 부족하겠지요. 그러나 어떡하겠소. 어깨가 함몰되지 않게끔 다듬어 지는 일 습관이야 되지 않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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