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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대장간에 대한 추억

by 나무에게 2013. 12. 23.

대장간에 대한 추억

대장간에 대한 추억 / 온형근 근육이 금방 튀어 나올 듯한 울퉁불퉁한 힘으로 쇠를 다루고 있었지요. 문밖에서 바라보는 데도 불길이 얼굴에 닿는 듯 했지요. 기웃대다 호미, 괭이, 곡괭이, 낫 등을 하나씩 사들고 나서지요. 손에 농기구를 들고 나서는 사람들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요. 대포라도 한 잔 걸치면 갈 지자 걸음으로 시장길이 좁기만 하지요. 장날이 지나면 대장간은 다시 쇠를 두드리고 있어요. 조수라 할 수 있는 젊은이는 등만 보이지요. 긴 담뱃대를 빨며 앉아 있는 대장장이는 삶의 연륜 앞에 고뇌까지 용광로에 집어 넣었다 마음대로 형체를 만들어 놓지요. 아무리 뜨거워도 찢어진 란닝구는 벗어 던지지 않아요. 그게 대장간의 근무복이었지요. 길이가 다른 바지 역시 늘 착용한 상태였구요. 활활 뜨겁게 타오르는 불길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어둑해진 길을 되돌아 오지요. 지금도 가끔 짙은 노을을 보면, 대장간이 생각나는 걸요. 어쩌면 나도 전생에 대장장이였는지 모를 일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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