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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진동 세포

by 나무에게 2013. 12. 23.

진동 세포 / 온형근



도인체조 2회면 꼬박 두 시간 여를
눈 뜨고 일어나자 마자, 잠자리 들기 직전
이불을 끌어 올려 가슴을 덮고 기대 앉았건만
생각은 자꾸 헤프게 흘러내려 젖꼭지 드러난다
벗은 몸에서 삐그덕 대는 존재의 연약한 확인음
오른 바지주머니쯤에서 뜬금없이 찌리리릭
왼 바지주머니 당도하여 열쇠 부딪치는 금속음
내던져 걸어 두었거나 압수된 기억조차도 쪼르르 달려나온다.
거울에서 나오니 다시 거울 안 너의 세포
그쪽에서도 찌리리릭 휴대폰 진동 일고 금속음 달랑거려
너, 어디쯤에서 울고 있니
오래된 체세포 벗겨지면
찌리리릭도 분열되어 확성기처럼 퍼질텐데
너, 이제 거울에 잠겨 눈만 까맣게 빛나고 있니
내앞에 당도한 까만 빛이 찌리리릭을 삼킨다.

2006.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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