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의 숙기

과실의 숙기 / 온형근

덜 익은 과일을 따서 익혀서 먹는 것이 좋은가요. 완전히 익은 과일을 그 자리에서 먹는 것이 좋은가요.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익혀서 서서히 맛을 음미하며 먹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나 과일의 입장에서는 완전히 익을대로 익어 툭 치면 터질 정도가 되어야 제 몸을 내 놓겠지요. 그럴 때, 씨앗도 제대로 익어서 싹이 나기 최상의 상태가 될 테니까요. 그런 상태로 땅에 떨어져 뿌리를 내리고 새싹을 피워내야 하니까요. 가끔씩 사람의 입장이 아닌 과일의 입장이 되어 봅니다. 과일의 완전히 익은 상태에서 뿜어내는 향기는 지상에서 가장 큰 욕심이 아닐까 하고요. 까마귀도, 까치도, 참새도 새란 새는 모두 불러 들이지 않나요. 터지기 직전까지 별탈 없이 근사하게 살아야 이조차 누릴 수 있는 호사겠지요. 온전히 새싹의 기운을 보존하여 터지기 직전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은 우주의 신성한 기운이 돕지 않으면 어려운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