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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아이야, 숲으로 들자

by 나무에게 2013. 12. 23.

아이야, 숲으로 들자 / 온형근



아이야, 일어나거라.
문밖을 나서자.
먼 여행까지야 아니더라도
가까운 사방으로 고개를 돌려보자.
옛사람은 산천을 유람하면서
문장과 기백을 더욱 장하게 하였다더라.

아이야, 신발을 매라.
가방을 들쳐메라.
가슴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자.
나무 사이로 스치는 바람이
어찌 나뭇잎만 맞추려 하겠니.
하루 나뭇잎이 되자꾸나.

맑기 그지없는 숲으로 들자꾸나
호수의 물결조차 달려 나와 바람이 되려 한다.
손을 잡거라.
옛사람이 고요히 앉아 있을 듯한 숲으로 나서자.
거기에 바람 없이 잠시 머뭇거리고 있을 때
우주의 삼라만상이 옛사람의 숨결로 다가온다.

아이야, 숲으로 들자.
다시 옛사람이 되어야 할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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