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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물기 머금은 땅

by 나무에게 2013. 12. 23.

물기 머금은 땅 / 온형근



물기 머금은 땅은 양면의 사유를 지녔다.
제 살붙이인 모든 살아 있는 식물들을 풍요롭게 하고,
지탱하고 있는 뿌리의 힘을 덜 조이면서 이탈을 돕는다.
물론 자유로운 의지에 의하는 이탈 또는 유목이 아니다.
동물이나 사람의 이동과 의지여야 한다.
아무튼 물기 머금은 땅은 또 다른 우주를 연출한다.
물기 촉촉한 땅에는 지렁이가 꿈틀대고 있다.
지렁이야말로 땅에게는 복스러운 관계이다.
흙을 먹는 지렁이는 땅을 땅답게 하여준다.
지렁이를 포식하는 새와 두더지 역시 그러하다.
물기 머금은 채 거대하게 움직이는 땅이 우주적인 것은
우주가 생동적이지 않은 것을 애초에 경멸하고 있어
물이라는 것이 원초적으로 생명에 깊게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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