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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옛사람의 숨결

by 나무에게 2013. 12. 23.

옛사람의 숨결 / 온형근



옛사람의 풍류에는 숨결이 있다.
풍류란 사람이 이루어낸다. 이루어 내는 것이 뛰어나거나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절묘한 풍류다. 그러나 사람이 만들어 내는 것은 풍경이다. 사람의 솜씨만으로 미칠 수 없는 것이 있다. 자연의 숨결이다. 숨이 막힌다. 숲과 계곡, 계곡을 이루는 바위, 바위의 자연스런 열림을 사모하며 흐르는 물, 물의 흩어짐을 연모하는 이끼, 그리고 그 위를 넘나들며 비추는 햇살.

'오라, 숲으로, 계곡으로, 당신의 정원으로',
'여기, 옛사람의 숨결이 고스란히 머물고 있다.'

가히 신품이라 할 수 있다.
신묘하다는 것은 틀에 갇혀 있지 않다. 틀에서 저만치 벗어나 있다. 옛사람이 그러하였을 숲과 계곡, 바위에서 살고 지는 이끼. 그리하여 억겁을 넘나들며 옛사람이 되고 만다. 사람이 풍경에서 이탈하지 않고, 사람 자체가 옛사람인 듯 지극히 숲의 본질을 온전하게 나타낸다. 옛사람과 지금사람을 하나로 이끈다. 풍경은 사람이 있어서, 사람은 옛사람의 숨결이 있어서 서로 가깝다. 절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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