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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내가 꼭 그리되어야 한다는...

by 나무에게 2013. 12. 23.

내가 꼭 그리되어야 한다는... / 온형근


꼭 그리 되어야 한다는 다짐, 생각, 그리고 생활의 신조 등을 얼마나 오랫동안 버리려고 애를 썼던가. 어려서 그렇게 지니려 애썼던 것들을 버리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버티고 있었던가. 그리고 다시 내가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그러한 것들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는 모순률을 발견하면서 또한 많이 놀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꼭 그리 되어야 한다는 것들의 사상들은 하나씩 둘씩 내게서 많이 떨어져 나갔음도 엄연한 현실이 되고 말았다. 대신 흐르는 물처럼 유연해야 한다는 생각들을 쌓아가고 있다. 이또한 쌓아간다는 것이 다른 한편으로 나를 짓누르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확신과 소신이 사라지고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이 있는지를 생각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이 확신과 소신의 불온한 씨앗들이 자라, 그동안의 나를 거두어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세상을 사는데에 달콤한 것들이기 때문이리다. 무엇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였을 때, 이미 넘어야 할 선을 넘은 것이 아닐까. 보기 좋은 것들이 세상에 참으로 많고 하기 좋은 일만 골라서 살아야 하는 넘보기의 세상임을 부인하지 않는다면 이리 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남이 힘들어 하는 일, 하기 싫어 하는 일만 찾아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도 조금씩 손해보고 잊혀지고 싶다. 사람들의 숲에서......

버릴 수 없는 것들이 는다. 버릴 수 없는 사람들, 고맙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다. 소중하여 차마 잊혀지지 않기를 염원하기까지 하는 사람들이 말이다. 그래서 두렵다. 가끔씩 도망가고 싶다. 내가 혹은 그들이 서로에게 서로를 매달리게 할까봐 더욱 그렇다. 그저 지는 낙조에, 떨어지는 낙엽에, 길 가에 구르는 돌멩이에, 하얗게 김 서린 창가에, 온 몸 시리도록 서늘한 새벽 산행에 이 모든 감정들을 이입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도 떨어지지 않을 내 어린 보살은 평생 내 가슴에 남겠지만, 아플 때마다 가슴이 찢어져 내가 대신 아팠으면, 내가 대신 버려졌으면 하는 데, 이 되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과 연연한 세월만은 어쩌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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